"30kg 장비 들고 전봇대 오르다 근골격계 질환" 집단산재 신청

신다은 2022. 7. 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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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한전) 하청 회사에서 전봇대 전선 설치·보수 업무를 하는 '배전 노동자' 정관모(64)씨는 정년 퇴직을 1년 앞둔 지난 4월 오른쪽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회전근개' 근육 파열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배전 노동자 김다운씨가 전봇대에 맨몸으로 올랐다가 감전사한 뒤 올 1월 한전이 내놓은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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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하청노동자 12명 참여
한전 '활선차 이용 원칙' 밝혔지만
현장에선 승주 작업하는 경우 빈번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전력공사(한전) 하청 회사에서 전봇대 전선 설치·보수 업무를 하는 ‘배전 노동자’ 정관모(64)씨는 정년 퇴직을 1년 앞둔 지난 4월 오른쪽 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회전근개’ 근육 파열 진단을 받았다. 35년 이상 전봇대를 맨몸으로 오르내리며 30kg이 넘는 도구와 자재를 밧줄로 들어올리다 근육에 무리가 왔다. 그는 “어깨가 아파 진통제를 먹곤 했는데 결국 수술을 받게 됐다”며 “팔을 올려도 140도밖에 올라가지 않고 굉장히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어깨근육 파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정씨를 포함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전기지부(한전 하청) 소속 조합원 12명은 이날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집단으로 요양급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노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 7명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집단 산재신청을 하는 등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건설노조 차원에서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산재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면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단을 거쳐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경우 요양급여를 지급한다.

산재 신청자 12명은 평균 나이 56살에 평균 경력 27년인 한전 하청 노동자들이다. 전봇대에 직접 올라가고 전선 설치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들어올리는 식으로 오래 일하다 허리, 어깨, 무릎 등에 근골격계 질환을 얻었다. 이들 중 10명은 인공 디스크 수술 등 근골격계 관련 수술을 받았다. 건설노조는 “맨몸으로 전봇대에 오를 때 추락하지 않도록 온몸에 힘을 줄 수밖에 없고, 자재를 설치할 때도 불편한 자세로 2시간 이상 반복적으로 중량물을 들어올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배전노동자가 무거운 중량물을 밧줄로 들어올리는 모습. 건설노조 제공

현재는 배전 노동자가 직접 전봇대를 오르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전봇대 가까이 사람과 중량물을 실어나르는 사다리차(활선차)를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난해 11월 배전 노동자 김다운씨가 전봇대에 맨몸으로 올랐다가 감전사한 뒤 올 1월 한전이 내놓은 대책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다리차가 제때 배차되지 않거나 골목이 좁아 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운 경우엔 배전 노동자가 맨몸으로 전봇대를 오른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실장은 “사다리차를 이용하더라도 무거운 자재를 들어올려야 한다”며 “한전이 자재를 경량화 하거나 휴식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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