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트위터 공방, 핵심은 '위약금'과 '인수가격'
(지디넷코리아=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일론 머스크와 트위터 간의 ‘진흙탕 공방’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총 44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 인수 계약을 파기하려는 머스크와 ‘계약 이행’을 주장하는 트위터가 한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트위터는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머스크 측에 보낸 서한을 통해 “합병 계약 파기 선언은 법적 효적이 없을 뿐 아니라 불법이다”고 경고했다.
트위터의 이번 서한은 법적 공방에 대비한 정지 작업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트위터 간의 공방은 한쪽이 파격적으로 양보하지 않는 한 법적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공방에 들어갈 경우 어떤 결말로 이어지게 될까?
■ 트위터 주가, 인수 계약후 40% 폭락…머스크의 후려치기 전략?
블룸버그는 양측이 법정 공방을 벌일 경우 크게 세 가지 가능성을 상정해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첫째. 일론 머스크 승소. 위약금 없이 계약 파기.
둘째. 트위터 승소. 머스크가 위약금 10억 달러 지불.
셋째. 트위터 승소. 일론 머스크는 당초 합의한 대로 440억 달러에 트위터 인수.
하지만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위약금을 전혀 내지 않고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양측이 법정 분쟁으로 갈 경우엔 '위약금 10억 달러’와 ‘계약대로 440억 달러에 인수’란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많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위약금 10억 달러다. 인수 계약 관련 분쟁에서 계약을 위반할 경우엔 ‘기대 손해’를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었을 경우 원고 측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기준으로 손해 배상액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머스크와 트위터 간의 인수 계약에는 특별 조항이 삽입돼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8.3항에는 계약이 무산될 경우 최대 10억 달러 이상을 청구하지 않도록 한다는 합의문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엔 통상적인 기대 손해보다는 양측 합의가 먼저 적용된다.
물론 트위터는 소송에서 ‘강제 이행(specific performance)’ 요구를 할 수도 있다. 머스크 측에 ‘당초 약속한대로 주당 54.20달러에 트위터 인수 계약을 이행하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할 수도 있다.
이번 소송처럼 여러 이해 당사자가 있는 소송은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양측이 법정 공방에 돌입할 경우 중간 선택지를 놓고 막후 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론 머스크는 인수 가격을 좀 더 낮추는 쪽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 트위터 주가가 합의 가격에 비해 40%나 떨어진 상황인 만큼 제 값주고 사는 것이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머스크가 트위터의 스팸 계정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때부터 '가격 후려치기 전략’일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 심심찮게 제기되기도 했다.
트위터는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다 ‘스팸 계정’ 문제로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 협상까지 무산될 경우 자칫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 '중대한 계약 위반' 주장하는 머스크, 입증 가능할까
그렇다고 트위터 쪽이 무기가 없는 건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와 인수 계약 해지 사유로 ‘중대 악화 사유’를 내세우고 있다. 인수 계약 당시 불거지지 않았던 스팸 계정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계약을 계속 이행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트위터 이사회가 정당한 자료를 숨기는 등의 ‘중대한 계약 위반(material breach)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중대 악화 사유 입증 책임이 일론 머스크 측에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선 계약 체결 당시에 비해 실제 비즈니스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졌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한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측은 그 동안 트위터의 스팸 계정 수치가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다만 “스팸계정이 트위터가 추산한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다”고만 주장했다.
트위터는 이런 상황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면서 ‘강제 이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둘이 법정 공방을 벌일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둘 중 하나다.
첫째. 일론 머스크가 합의된 가격(440억 달러)보다 훨씬 싼 가격에 트위터를 인수한다.
둘째. 트위터 측이 합의된 것(10억 달러)보다 더 많은 위약금을 받아낸다.
첫째 경우로 결론이 날 경우엔 머스크는 트위터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는 의미다. 반면 둘째 경우라면 머스크가 한바탕 소동을 벌인 대가로 적지 않은 위약금을 물게 된다.
■ 머스크와 트위터의 진흙탕 공방, 최종 승자는?
그렇다면 이번 공방의 승자는 누구일까?
의외로 일론 머스크가 이번 공방을 통해 크게 잃은 것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오히려 한바탕 소동을 통해 얻어낼 것은 다 얻어낼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그런데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가장 큰 패배자는 일론 머스크'라고 분석했다.
악시오스는 머스크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평판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소동으로 앞으로는 다른 회사를 더 이상 인수하기 힘들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가 그나마 머스크에겐 최상이라는 게 악시오스의 분석이다.
또 다른 경우는 협상을 통해 ‘10억 달러 이상 위약금'을 물고 손을 털거나, ‘440억 달러보다 싼 가격’에 트위터를 인수하는 시나리오다.
그러면서 악시오스는 “머스크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델라웨어 법원이 (합의가격인) 주당 54.20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머스크는 평판과 돈을 모두 잃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트위터도 얻은 건 별로 없다. 이번 공방 때문에 아킬레스 건인 ‘스팸계정’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부분은 트위터에겐 두고 두고 부담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일론 머스크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굴복한 부분도 트위터 이사회 멤버들에겐 부담스런 대목이다.
특히 추이에 따라선 트위터 이사회는 주주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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