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도 안팔리는데".. '빅스텝' 전망에 집주인들 '안절부절'
"시장 임계점 넘어..내년까지 약세장 갈수도"
서울 은평구에 3년차 신축 아파트를 팔고 싶은 A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전용면적 59㎡인 이 아파트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실거래가가 11억5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2년차를 넘어가면서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매물이 적체돼 9억8000만원까지 호가가 떨어졌다. A씨는 “10억원 이하의 가격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른다고 하면 일단 급매 가격에라도 파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는 불안감이 짙어지고 있다. 매매·전세 시장의 물량이 1년 전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와중에 ‘거래절벽’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생겨서다. 지난주부터는 강남권의 가격대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올 연말 기준금리가 3%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약세장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12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매매 물량은 6만4013건으로 1년 전에 비해 50.8% 증가했다. 전세 물량도 2만9931건에 달해 같은 기간 51.0% 늘었다. 시장의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매물이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82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2만1886건)의 31.2%에 불과하다.
서울의 아파트가격도 한 달 넘게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3% 떨어지며 5월 다섯째 주부터 6주 연속 하락했다. 특히 강남구 아파트값도 0.01% 하락으로 돌아섰고, 대통령실 이전 호재로 높은 상승폭을 유지했던 용산구도 보합으로 내려앉았다.
일선 부동산 시장에서는 호가를 이전 신고가 대비 억대로 내린 매물들이 속출하고 있다. 잠실의 대장주 중 하나인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 5월 18일 22억5000만원(29층)에 거래됐다. 한 달 전 최고가였던 26억5000만원(17층) 대비 4억원 내려간 가격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 121㎡는 지난 5월 23일 최고가(37억원) 대비 3억원 넘게 떨어진 33억7000만원(31층)에 거래가 체결됐다.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건수가 줄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건 전형적인 약세장 진입으로 해석된다. 연 0.50%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현재 1.75%까지 오르면서 대출금리가 연달아 올랐고, 시장의 매수세가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4년 만에 6%대로 치솟는 등 고물가에 구매력이 저하된 것 또한 부동산 시장을 약세장으로 몰고 간 배경으로 지목된다. 직방의 설문조사 결과 1727명 중 61.9%가 올해 하반기 주택 매매가격을 하락으로 전망했다. 하락을 예상한 이유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가 63.9%로 가장 많았다.
물가 상승폭이 커지면서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상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기준금리는 연 2.25%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남은 8월, 10월, 11월 한 차례씩 금리를 올린다면 올 연말 기준금리는 3%를 찍게 된다. 기준금리가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3%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JP모건과 씨티그룹, 바클레이스 등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연말 한국의 기준금리가 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빅스텝이 단행되면 가계대출 금리가 5%를 넘어가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차익실현에 대한 기대는 낮아지고 이자부담은 늘어나는 만큼 시장은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하락장 초입으로 기준금리 변수가 내년까지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연말 기준금리가 연 3.0%까지 가게 되면 시장의 임계점을 넘게 돼 가격 조정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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