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대신 뒷다리살, 튀김 대신 구이.. 고물가에 2학기 학교 급식 비상
연일 치솟는 물가로 일선 학교들의 2학기 급식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일선 영양교사들은 값이 배 이상으로 뛴 식용유 사용을 줄이느라 튀김을 구이로 바꾸기도 하고, 삼겹살로 만들던 돼지불고기를 저렴한 뒷다릿살 등으로 대체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교육청과 지자체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준비하는 등 2학기 급식 단가를 올리려 하고 있다. ‘역대급’ 물가상승 속에 급식의 질을 유지하려면 이참에 급식 예산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고물가로 급식 식자재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뛰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1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6%대를 기록했고, 가뭄 피해 등이 겹친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대표적 여름 채소인 가시오이 10㎏ 한 박스의 이날 기준 도매 단가는 4만2500원으로 1년 전(1만8400원)의 2.3배에 달했다. 상추 4㎏는 6만7800원으로 1년 전보다 2.6배나 올랐다. 시금치 4㎏는 4만7460원으로 2.4배, 애호박은 20개에 2만3360원으로 2배 올랐다.
소고기보다 저렴하고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아 학교 급식에 많이 사용하는 돼지고기도 11일 기준 ㎏당 6859원으로 5000원대 초반이던 올 초에 비해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당 2만5000원대이던 삼겹살 가격은 2만8230원이 됐다. 지난해 3만원대에 살 수 있었던 8ℓ짜리 업소용 식용유 가격은 7만~8만원대로 치솟았다.
물가가 실제 급식 식단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오르면서 현장에서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자구책을 짜내고 있다. 고기 대신 생선을 늘리고, 튀김을 구이로 바꾸는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됐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양교사로 근무하는 정명옥 전교조 영양교육위원장은 “오늘 급식에 가자미카레튀김이 나갔는데 2학기부터는 튀김 대신 생선구이로 바꿔서 내기로 했다”며 “9월 식단에서는 고기 대신 생선을 늘리고, 원래 삼겹살로 조리하려던 돼지불고기를 저렴한 앞다릿살과 뒷다릿살을 섞어 조리하는 등 단가를 낮추려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맛이 떨어질 수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2학기 급식의 질을 1학기 수준으로 맞추려면 식재료 구입비가 10~15%는 올라야 할 것 같다고 체감한다”고 말했다. 올해 한끼당 식재료 구입비 단가는 학교급과 급식 인원수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 공립초등학교 기준으로 2763~3502원 수준이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 급식 예산으로는 식자재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없어 학교급식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급식 질이 떨어지면 학생들이 급식을 잘 먹지 않게 돼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교육청은 2학기 급식 지원금 인상 준비에 들어갔다. 서울시교육청은 무상급식 예산을 분담하고 있는 서울시 및 26개 자치구들과 추경 편성을 조율 중이다. 다만 교육청 관계자는 “현장 요구만큼 대폭 증액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교육청은 급식 예산을 46억원 증액해 제주지역 급식 단가를 24% 올리기로 했다. 경남도교육청 등도 식품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전교조는 “17개 시도교육청이 빠짐없이 학생건강을 담보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구체적인 급식단가 인상분 산정 지침을 만들어주거나 적어도 가이드라인이라도 마련해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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