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돈 뿌린 우버..러시아 푸틴 정권 상대 로비 실패한 이유는?
사업 확장을 위해 세계 각국에서 정치권 로비를 벌인 사실이 폭로된 차량호출 서비스업체 우버가 러시아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으나 서방 기업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 등으로 인해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등이 12만4000건의 우버 내부 문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버는 2013년 우버엑스 출시와 함께 러시아에 진출했다. 우버가 러시아에서의 로비를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다. 그해 9월 러시아 하원의원 한 명이 푸틴 대통령과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우버를 금지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낸 것이 계기다. 러시아에 별다른 인맥이 없었던 우버는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등 러시아 거물들과 투자 계약 등의 관계를 맺어 이들을 러시아 사업에 필요한 정치적 우군으로 삼는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우버가 가장 먼저 접근한 인물은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다. 아브라모비치는 그러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우버에 대한 투자를 거절했다. 이에 우버는 러시아 정치권에 대한 접근성을 기준으로 후보 명단을 짰다. 1순위로 꼽힌 인물은 러시아 ‘철강왕’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다. 우버는 이어 러시아 최대 민영은행인 알파뱅크 설립자 미하일 프리드만, 알파뱅크 회장 페트르 아벤, 러시아 최대은행 스베르방크 대표 헤르만 그레프 등 다른 올리가르히들에게도 접근했다. 우스마노프, 프리드만, 아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이다. 그레프는 2016년 6월 모스크바의 한 골프클럽에서 러시아 정부 고위관리들과 모스크바 부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만찬을 주재했다. 알파뱅크 측은 자사 로비스트 블라디미르 셰닌을 우버에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 하원의원이다. 우버는 2016년 ‘곰 길들이기’라는 제목의 메모를 통해 프리드만, 아벤, 그레프를 통해 “크렘린 직통 라인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기대와 달리 우버의 로비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우버의 주 고객층은 서구 지향적 중산층이었다. 우버가 관계를 맺은 올리가르히들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사업가들이다. 그러나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던 푸틴 정권은 반서방 기조를 강화하고 있었다. 우버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지방검찰, 연방 반독점청, 세무국 등으로부터 잇따라 조사를 받았다. 프리드만과 아벤 등의 정치적 영향력도 애초 우버가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우버에 유리하게 변경하려던 택시 관련 법안 통과는 결국 무산됐다. 유럽 국가들과 달리 러시아에서 택시업계의 반발은 약했다. 그러나 우버는 러시아판 구글로 불리는 얀덱스의 자회사 얀덱스 택시와의 경쟁에서 내내 밀렸다.우버는 결국 2017년 러시아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가디언은 “궁극적으로 우버의 로비 전략은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정권이 갈수록 미국 스타트업을 적대시하는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판단 착오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열광시킨 ‘수학천재’ 소녀 씁쓸한 결말
- 한양대와 숙대 교수들도 “윤 대통령 즉각 퇴진”…줄 잇는 대학가 시국선언
- [종합] 과즙세연♥김하온 열애설에 분노 폭발? “16억 태우고 칼 차단” 울분
- 여당 조차 “특검 수용은 나와야 상황 반전”···정국 분기점 될 윤 대통령 ‘무제한 문답’
- ‘킥라니’ 사라지나…서울시 ‘전동킥보드 없는 거리’ 전국 최초로 지정한다
- 추경호 “대통령실 다녀왔다···일찍 하시라 건의해 대통령 회견 결심”
- “사모가 윤상현에 전화 했지?” “네”···민주당, 명태균 음성 추가 공개
- ‘명태균 늑장 수사’ 검찰, 수사팀 11명으로 대폭 증원…특검 여론 차단 꼼수 논란
- [이기수 칼럼] 저항은 시작됐다
- 마약 상태로 차량 2대 들이 받고 “신경안정제 복용” 거짓말…차에서 ‘대마’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