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능한 민생정당' 외치던 민주당, 169명 의원 중 환경노동위 1지망 '0명'

박홍두 기자 2022. 7. 1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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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현안 연관 '국토교통위' 몰려 당내서도 비판
지도부 '난감'..박홍근·진성준 '총대' 메고 환노위로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피켓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1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배정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환경노동위원회를 ‘1지망 희망 상임위’로 지원한 의원들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박홍근 원내대표와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사실상 ‘총대’를 메고 환노위로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유능한 민생정당’을 주창하고 나섰지만 의원들이 노동과 관련한 민생 현안이 산적한 환노위보다는 지역구 현안과 연관된 국토교통위 등에 몰린 것으로 전해져 당내 비판이 나오고 있다.

12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까지 의원 169명으로부터 후반기 상임위 배정 신청을 받은 결과 단 한 명도 환노위를 1지망으로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2~3지망으로 신청한 의원들은 일부 있었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도 3지망에 환노위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노위는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민주당 의원 8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 무소속 1명 등 총 16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바 있다. 환노위에는 산업재해 등 노동환경 개선 관련 법안들과 환경 관련 법안들이 산적해 있다.

1지망 신청 의원이 없자 상임위 배정을 하는 원내지도부는 난감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환노위 신청 의원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지적하면서 “나와 진성준 원내수석이 환노위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이 이날 전했다. 원내 관계자에 따르면 의원들은 다수가 지역구 개발 현안이나 교통 문제 등과 연관된 국토교통위를 1지망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매번 상임위 구성 때 마다 어려운 문제다. 인기 상임위가 있고 비인기 상임위가 있다”며 “본인들 의사와 무관하게 어떤 때는 단계적으로 배치해야 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때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원내 지도부가 비인기 상임위에 가서 먼저 우리가 봉사·헌신하겠다고 선을 긋는 게 해결 방법이라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잇따른 선거 패배 이후 “민생정당으로 돌아가겠다”고 외치던 것과는 동떨어진 모습에 씁쓸해하는 표정이다. 윤석열 정권 들어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 등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면서 노동계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국회 차원의 입법 대응이 필요한 상황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우리 스스로 윤석열 정부 노동관을 비판할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그나마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노동 현안 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을지로위 소속 우원식·진성준·김정호·강민정·김주영·이동주·장철민·박영순 의원은 이날 경남 거제시로 내려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500여명의 처우개선 요구 파업 현장을 찾아가 노사 간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우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가 할 수 있는 노동문제 해결에는 계속해서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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