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류호정이 쓴 반성문.."조국 사태 오판, 두고두고 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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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한 쇄신 요구를 받고 있는 정의당 소속 의원단이 정의당 10년에 대한 평가를 했다.
오랜 기간 당을 이끌어 온 심상정 의원 등은 조국 사태 국면에서의 정의당의 판단, 노동과 젠더 사이에서 불거진 당의 정체성 문제 등에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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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민노당 창당 후 23년, 우린 미래 열지 못했다"
장혜영 "볼드모트 같은 정파, 페미니즘 문제로 치환할 수 없어"
류호정 "여성 의제 부상할 때마다 발 뺐다..결국 표 잃어"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최근 강한 쇄신 요구를 받고 있는 정의당 소속 의원단이 정의당 10년에 대한 평가를 했다. 오랜 기간 당을 이끌어 온 심상정 의원 등은 조국 사태 국면에서의 정의당의 판단, 노동과 젠더 사이에서 불거진 당의 정체성 문제 등에 의견을 내놨다.
심 의원과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 장혜영·류호정·강은미 의원은 12일 정의당 게시판에 개별 의견서를 각각 게시했다. 이는 정의당 10년 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한석호 비대위원은 정의당 소속 의원들에게 개별 의견서 제출을 요구한 것에 따른 것이다.
심 의원은 “진보정당 1세대의 실험이 끝났다고 본다. 민주노동당 창당 이래 23년간을 버텨 왔지만, 우리는 미래를 열지 못했다. 그 지난한 과정에서 저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제 차기 리더십이 주도할 근본적 혁신은 주류세력 교체, 세대교체, 인물교체를 통해 긴 호흡으로 완전히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을 쏟아부은 개정선거법은 위성정당으로 좌초됐고, 교섭단체의 꿈은 좌절됐다. 또한 조국 사태 국면에서의 모판으로 진보정치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며 “당시 결정은 명백한 정치적 오류였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이 사건 은 제게 두고두고 회환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페미정당’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심 의원은 “당의 그 누구도, 성평등 이슈에 앞장섰던 의원들도 노동보다 젠더 가치가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민감한 성폭력 이슈가 많이 터졌고 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많이 부각돼 그에 대한 백래시로 ‘페미당’이라는 공격이 있었던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노동 및 민생이슈를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일이지, 성평등 노력이 과했다는 식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비례대표 총 사퇴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심 의원은 “양대 선거 패배와 당의 위기 앞에서 당원들의 좌절감과 허탈감, 분노가 얼마나 클지 충분히 이해하지만 오랫동안 누적된 당의 실존적 위기에 대한 책임을 2년 남짓 활동한 비례 국회의원들에게 물을 수는 없다”며 “의원들의 정치활동에 대해 평가와 성찰과 분발을 촉구하시더라도, 주요한 책임의 몫은 가장 책임이 큰 저에게 돌려 달라”고 호소했다.
“볼드모트 같은 정파, 페미니즘 문제로 치환할 수 없어”
장혜영, 류호정 의원 등은 당내 정파 문제를 지적하며 최근의 위기를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는 시선을 비판했다.
장 의원은 “당대표가 제출한 대선기본계획을 뒤집어 엎을 정도로 당의 크고 작은 결정에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정작 볼드모트처럼 제대로 호명되지 않기에 명시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정파 구조의 문제는 페미니즘 문제로 치환될 수 없다”며 “정파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폐쇄성”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그간 당에 누적되어온 모든 구조적 문제가 중첩된 지금의 결과를 오로지 ‘페미니즘 탓’ ‘소수자 정치 탓’으로 돌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스스로 정의당의 존재 이유 찾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의원은 “꼭 해보고 싶은 이야기고, 용기 내 말한다. 다른 당은 정파 간 극렬한 대립이 문제라지만, 우리당은 정파 간 조용한 이익분배가 문제”라며 “정의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국위원회가 토론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고, 그 원인이 정파”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여성 의제가 부상할 때마다 한 발씩 뺐다. 타깃이 된 의원들을 자제시키고, 뒤로 물러서게 했다”며 “대선 막판 민주당은 후보가 토론에 나와 페미니즘을 강조하고 박지현을 영입했다. 주춤했던 우리당은 결국 그들의 표를 얻어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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