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전업주의 손본다는데 어디까지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산분리 규제를 다시 한 번 화두로 꺼내들어 과연 어느 선까지 규제 완화가 이뤄질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취임사를 통해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금융혁신'을 꼽으며, 그 중에서도 금산분리와 전업주의를 언급해 주목됐다.
그는 "금융산업,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존재감을 인정받는 금융회사의 모습을 기대해본다"며 "금융당국은 우리 금융회사들의 혁신을 지연시키는 규제가 무엇인지, 해외 및 빅테크 등과 불합리한 규제차이는 없는지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불필요하거나 차별받는 부분은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과거의 전통적 틀에 얽매여 구애받지 않고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7일 후보자 지명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필요한 경우 금산분리 원칙도 보완할 수 있다"며 과감한 규제 개혁을 예고해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금산분리란 은행 등 금융 자본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 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을 말한다. 이 원칙에 따라 기업이 은행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거나, 은행 등 금융회사가 기업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는 것이 금지된다.
당초 이 제도는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금고화를 방지한다는 목적에서 출발했는데, 40년 전에 만들어진 규제를 지금의 금융환경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 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게 이어진 상황이다. 금산분리에 가로막혀 금융과 산업의 결합에 제한돼 궁극적으로 국내 금융사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도 "전투를 할 때 다른 나라에선 드론 등 전자장비로 공격하는데 우리는 총칼을 가지고 대응하라 하는 것은 굉장히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발달된 첨단기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 금융사들만 제도 때문에 못하는 일이 없도록, 산업이 지금 이용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과 여러 경영전략을 조합해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산분리 검토 대상이 비금융 자회사 허용, 부수 업무 확대 등 은행법 개정 태스크포스(TF),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TF에서 다루거나 다룰 과제들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 전통 금융사들은 '은행은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규제에 묶여 비금융 분야 진출이 제한되고 있지만,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으로 금융업 진출이 가능하다. 이처럼 비교적 타 업권 진출이 용이한 빅테크와 달리, 은행과 금융지주는 비금융 산업 뿐 아니라 가상자산, 블록체인 등 혁신 분야 사업을 직접할 수 없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은행권도 은행법상 은행의 부수업무에 가상자산업을 추가해달라는 업계 제언 보고서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출용 초안으로 마련한 바 있다. 가상자산업법에서 정의되는 가상자산업종을 은행도 모두 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전자지갑, 가상자산 수탁과 기업 등 대상 거래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산업자본의 금융업 확장보다는 금융업의 혁신산업 진출에 방점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5%룰(금융지주의 비 금융회사 주식 5%이상 보유 불가) 또는15%룰(은행, 보험사 해당)의 완화 가능성이 예상되며, 금산분리 완화와는 별도로 그동안 은행권이 건의했던 가상자산 서비스 허용 등 비금융 서비스 진출확대, 카드사의 전자금융법 개정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AI나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범용기술에 금융을 접목하면 금융서비스가 되고, 교통을 넣으면 교통서비스가 된다"며 "업권 간 경계가 모호한 '빅블러' 시대에 현재 금융권에서 디지털 관련 회사들을 직접 인수하고 싶은 수요가 상당한 만큼, 이런 부분을 좀 더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큰 복합위기 상황에서 금융규제 완화를 지나치게 완화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금산분리 규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등 산업자본의 금융 진출에 대한 논의가 이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만큼, 이 경우 기업들간 공정한 경쟁이 저하되고 제조업의 부실이 금융사로 전이되는 등 경제 전체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금산분리 내용은 금융회사의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맥락으로 판단되나, 금산분리 완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소유, 혹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만약 지주회사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30대 대기업 가운데 삼성, 현대차, 한화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논의를 하다 보면 사실은 금산분리도 금융 산업에서 산업 쪽으로 가는 게 있고, 산업에서 금융으로 들어가는 것이 있어 조금 복잡해질 수 있지만, 금산분리 완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우리 금융산업에서 더 좋은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보겠단 의미"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람 쳤어 어떡해 엄마"…강남 '8중 추돌' 통화 내용 보니
- '최민환에 양육권 소송' 율희, 변호사 만났다 "늦었지만 바로잡을 것"
- "719만원이던 월급이 66만원"…현대트랜시스 직원들의 고충
- 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 등 5만가구 공급…토지보상·투기차단 등 과제 산적
- 이주은표 '삐끼삐끼' 못보나…소속사 계약종료(영상)
-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하다 '깜짝'…세탁기에 비친 나체男
- 이윤진, 이범수와 이혼소송 중 '밤일' 루머…가짜뉴스 칼 뺐다
- 길 한복판서 '후'…옥주현, 흡연 연기 논란 시끌
- 조세호, 결혼식 하객 '재산순' 자리배치? "3일간 800명 하객 정리"
- 정준하 "카페 운영, 첫달 매출 2억…2년 만에 폐업"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