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내 돈 돌려줘"..허난성 예금 인출 중단 사태 커지자 당국 "일부 대신 지급"

김혜리 기자 2022. 7. 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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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지난 10일 중국 인민은행 정저우점 앞에 결집해 정부에 예금 인출 중단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허난성 내 일부 지역은행들에 돈을 맡겼다가 찾을 수 없게 된 예금주 수천 명이 시위를 벌였다. 민심이 폭발하자 당국은 은행을 대신해 동결된 예금을 지급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5시쯤 인민은행 정저우점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수천 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허난성 정부의 부패와 폭력에 항의한다” “40만 예금주들의 중국몽이 짓밟혔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흔들면서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리커창 국무원 총리를 지목하며 “리커창, 내 돈을 돌려줘”라고 외치기도 했다.

계속된 시위에 오전 11시쯤 공안이 현장에 투입됐다. 흰색 상의를 입은 사복 경찰들이 시위대를 막무가내로 끌어내리고, 이에 저항하는 이들은 구타하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찰의 과도한 진압으로 일부 시위자는 피를 흘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CNN에 따르면 시위자들은 버스에 실려 도시 곳곳에 있는 임시 수용소로 보내졌다가 대부분 늦은 오후에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허난성의 소형 은행 4곳이 약 석 달째 예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위저우마을은행, 상차이후이민마을은행, 쩌청황화이마을은행, 카이펑신둥팡마을은행은 지난 4월부터 시스템 개선을 이유로 예금자 40만명에 대해 약 400억위안(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예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중순엔 허난성 당국이 예금주들의 항의 방문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전자 확인증’을 조작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예금주 1317명의 ‘코로나 건강 코드’를 격리 대상을 뜻하는 적색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방역을 핑계로 시민들의 권리 요구를 막았다면서 여론이 들끓었지만, 허난성 당국은 이를 지시한 허난성 정법위원회(공안 총괄) 상무부서기를 직위 해제하는 수준의 가벼운 처벌만 내리는 데 그쳤다.

허난성 금융당국은 10일 밤 늦게 관련 부서들이 문제의 은행 4곳의 고객 자금에 대한 정보를 검증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급하게 성명을 발표했다. 허난성 금융당국 홈페이지 캡쳐

허난성 금융당국은 10일 긴급 성명을 통해 문제가 된 은행들의 고객 자금에 대한 정보를 검증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저우 인근 도시인 쑤창 경찰도 이날 지난 2011년부터 허난성 농촌 은행들을 장악하고 은행 임원을 조종한 혐의를 받는 “범죄 조직원”들을 최근 체포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용의자들이 해당 은행의 이름을 내걸고 불법 인터넷 수신 사업을 벌이면서 관련 자금을 해당 은행들의 정식 장부에 넣어 운용하지 않고 일종의 불법 펀드처럼 별도로 관리하면서 거액을 가로챘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중국 전체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줄 정도의 심각한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대규모 시위로 중국 전역에 알려진데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사회적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국으로선 골치아픈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당국은 피해금 일부를 대신 갚아주겠다며 민심 수습에 나섰다. 허난성 은행보험관리국은 11일 설명을 통해 인출 중단 사태와 관련해 오는 15일부터 당국이 피해 고객에게 1인당 5만위안(약 1000만원)까지 먼저 대신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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