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우주"..제임스웹 사진 공개에 과학계 흥분
미국 우주항공국(NASA)은 차세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하 웹망원경)이 찍은 수십억년 전 우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1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진이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웹망원경 프로젝트가 성공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웹망원경이 본격 가동되면 초기 우주의 비밀을 풀고 외계 생명 존재 가능성을 찾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도 기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준비한 첫 빛 이미지 공개에 앞서 백악관에서 '맛보기'로 선보인 이미지는 웹 망원경의 첫 이미지를 30년 가까이 기다려온 천문학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 이미지에 담긴 은하단 'SMACS 0723'은 약 46억 광년 밖에 은하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은하의 질량이 합쳐져 거대한 중력장을 형성하면서 더 멀리 있는 초기 은하의 희미한 빛을 확대하고 굴절시키는 중력렌즈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주망원경의 대표 주자인 허블을 비롯한 대형 망원경이 자주 들여다보던 곳이다.
웹 망원경의 근적외선카메라(NIRCam)로 포착한 SMACS 0723 이미지에는 수천 개의 은하가 담겨 있으며, 선명하게 잡힌 먼 은하 안에는 성단(星團)을 포함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작고 희미한 구조까지 포착돼 초기은하를 가장 상세히 담아낸 것으로 평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주의 역사에서 기록된 빛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30억 년 전 우주에서 온 빛"이라고 강조했다. 우주를 가장 멀리, 가장 깊이 들여볼 수 있게 제작된 웹 망원경은 138억 년 전 우주가 시작된 뒤 1세대 별과 은하를 관측하는데 주요 목적을 두고 있다. SMACS 0723 이미지는 아직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수십 년간 축적되는 자료는 인류의 시선을 우주 끝으로 인도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개된 사진에는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8억 년 뒤인 130억 년 전에 만들어진 초기 우주 천체의 빛도 관찰됐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외부은하 관측연구를 담당하는 그룹장인 양유진 박사는 "웹망원경은 극한 기술과 엄청난 예산을 들인 기념비적 프로젝트"라며 "첫 사진 공개는 발사 후 올해 초부터 6개월간 큰 노력을 기울인 끝에 정상 동작한다는 것을 확인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양 박사는 "영상을 받아보니 엄청난 고해상도의 적외선"이라며 "적외선으로 가시광선과 비슷한 고해상도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은 더 먼 과거 은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팀 강성주 연구사는 "가운데 밝은 별 주위로 길게 늘어진 은하에서 중력 렌즈 효과가 뚜렷이 보인다"며 "해상도에서도 기존 망원경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웹망원경은 가시광선만 관측하는 허블 우주망원경과 달리 적외선도 관측할 수 있고 해상도는 100배 높다. 강 연구사는 "프로 격투기 선수가 글러브 낀 아이와 대결하는 정도 차이가 난다"고 비유했다.
웹망원경 운영이 본격화하면 초기 우주 생성의 비밀을 밝히는 데 활용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천체 역사가 언제 시작됐는지, 탄생 직후 모습은 어땠는지 예측할 이론은 있지만 우주 초창기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물음이 있다"며 "웹망원경으로 초기 우주 천체를 보면 그런 지식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양 박사는 "초기 우주를 보는 것 외에도 외계 행성의 대기 구조도 관측하게 될 것"이라며 "우주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있느냐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웹 망원경은 우주 태초의 대폭발인 빅뱅 이후 최초의 은하수, 별, 행성 등이 형성된 과정을 연구할 수 있도록 기존 허블망원경으로 제대로 볼 수 없던 적외선을 감지하는 데 최적화됐다. 망원경의 핵심이자 빛을 감지하는 주경은 금으로 도금한 육각형의 베릴륨 거울 18개를 벌집 모양으로 이어붙였다. 주경의 지름은 6.5m로 허블망원경(2.4m)의 2.7배다. 면적은 25㎡로 허블의 6배다. 주경이 클수록 더 많은 빛을 감지할 수 있다.
웹 망원경은 지구에서 약 150만km 떨어진 곳에서 우주를 관측한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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