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중간요금제 '설왕설래'..정치권·시민단체도 "실사용량 반영돼야"
기사내용 요약
'월 5만9000원에 데이터 24GB' 준다는 SKT 중간요금제 실효성 논란
"월평균 데이터 이상 사용자는 그대로 쓰고 저가 요금제만 상향화"
소비자단체도 "생색내기 그쳐…요금제 구간 늘려야"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이동통신 3사가 일제히 다음달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예고했다. 10GB 이하 구간과 100GB 이상으로 이원화돼 있는 데이터의 중간 구간을 채우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 안정 정책에도 부응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들이 출시하겠다는 5G 중간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결국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 평균 데이터 이상을 쓰는데 마땅한 데이터 구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100GB 이상 고가요금제를 쓰는 이용자들에겐 여전히 무용지물이라는 이유에서다.
1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열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간담회에서 다음달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약속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간담회 직후 “5G가 4년차에 접어들면서 보급률이 40%에 이르렀다”며 “5G가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고 있어 중간요금제를 도입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달 초 정도에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간요금제 뿐만 아니라 다양한 5G 요금제를 구성해 고객 선택권을 강화겠다”고 덧붙였다. 구현모 KT 사장과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또한 다음달 중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통 3사가 5G 중간요금제 출시에 나선 데는 새 정부의 물가 안정을 위한 민생 안정 정책에 동참한다는 취지에서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5G 중간요금제 출시 유도를 새 정부 통신정책으로 내세운 바 있다. 실제 이 장관은 전날 이통3사 CEO에게 “최근 공공요금과 소비자 물가가 크게 오르는 등 국내 경제와 국민의 삶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필수재인 통신서비스의 접근권을 높이고 국민의 선택권을 넓히려면 중간요금제 출시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달 출시 준비 중인 업계의 5G 중간요금제가 이 요금제를 기다렸던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이 전날 과기정통부에 신고한 5G 중간요금제의 경우 월 5만9000원에 기본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형태로 전해졌다. 이동통신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유보신고제(공정경쟁 저해 여부 등을 따져 15일 이내 정부가 이를 수리하거나 반려한다)' 대상인 SK텔레콤이 이에 근거해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KT와 LG유플러스도 이와 엇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중간요금제에서 제공되는 기본 데이터량(24GB)이다. 현행 5G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10GB미만을 제공하는 월 5만원 이하 요금제와 10~12GB를 제공하는 월 5만5000 요금제, 100GB 이상을 제공하는 고가 요금제(6만9000원~7만5000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SK텔레콤이 중간요금제 월 기본 데이터를 24GB로 책정한 건 국내 5G 이용자의 월평균 데이터량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 5G 이용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GB(5월 기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중간 요금제 기본 데이터량은 5G 이용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소폭 하회한다. 이 때문에 월 평균 27GB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가입자는 그대로 고가요금제를 쓸 수 밖에 없고, 바로 밑 월 5만5000원 요금제 가입자만 갈아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통사 입장에선 정부 정책에 고스란히 따르는 '생색'을 내면서도 요금매출 하향화를 최대한 방어할 수 있는 황금비율인 셈이다. 가령, 월 5만5000원(기본 데이터 12GB) 요금제 가입자는 월 4000원만 더 내면 2배 더 많은 데이터를 쓸 수 있다. 반면 월 6만9000원에 데이터 110GB 요금제 가입자는 1만원의 요금을 아끼지만 데이터 제공량이 80GB 이상 줄어들기 때문에 갈아타는 게 쉽지 않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조차 "소비자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윤두현 국민의 힘 의운은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동통신사가 뒤늦게 비판을 받은 요금체제 시정안을 내는데, 먼저 하겠다는 회사가 월 사용량 24GB를 중간요금제 대상으로 한다"며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평균 사용량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또 고가 요금제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동통신사가 진짜 소비자를 생각하는 정책을 한다면 또 하나의 구간을 만들거나 월 사용량을 30GB 정도로 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실제 사용량에 맞는 수준의 요금제가 필요한 만큼 2가지 구간 정도는 나와야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며 “24GB 데이터 제공은 생색내기를 넘어서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전날 간담회 이후 과기정통부가 진행한 브리핑에서도 “일부 소비자들은 데이터 10GB와 100GB 중간이 24GB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정창림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유보신고제 절차에 따라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당장 판단 결과를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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