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에 흉기 위협까지..교권침해에 멍드는 교사들

김형환 2022. 7. 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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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교권침해 1만1148건·폭행 888건
교권침해 특약보험 가입 3년 새 4.4배 증가
교원단체·전문가 "학생인권·교권 균형 필요"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A(13)군은 지난달 30일 동급생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를 발견한 담임교사는 A군을 말렸다. 이 과정에서 흥분한 A군은 흉기를 꺼내 들고 교사 2명에게 위협을 가했다. A군은 회의실 책상 유리까지 깬 뒤에야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혔다.

중학교 교사인 이미정(가명)씨는 지난해 한 학생의 성희롱 발언 탓에 수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씨는 해당 학생을 따로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추후 면담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이 학생은 이씨에게 돌연 교사의 자질이 부족하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 학생이 이에 동조했다.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중단한 이씨는 최근까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초등학생이 교사를 흉기로 위협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육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갈수록 교권침해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마땅한 지도방법이 없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불만이다. 이런 가운데 교권침해 특약 보험에 가입하는 교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5년간 교육침해 1만1148건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교육활동 침해사건은 1만1148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7.9%(888건)는 교사를 상대로 한 상해·폭행 사건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지난 5월 공개한 2021년도 교권보호·교직상담 활동실적을 보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특성화고 교사 정우진(가명)씨는 지난해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주의를 줬다. 그럼에도 불구, 이들의 교권침해가 계속되자 정씨는 “결과(결석 또는 지각) 처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이에 격분한 한 학생이 정씨에게 쇠파이프를 던졌고, 정씨는 그 뒤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고교 교사 김민수(가명)씨는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고 있는 한 학생을 깨웠다. 그러자 이 학생은 김씨에게 욕설을 내뱉은 뒤 교실을 박차고 나가 김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권침해 특약 보험에 가입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에 따르면 교직원 보험 가입자 중 교권침해 특약 누적 가입건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6973건이다. 2018년 4월 출시된 해당 특약의 누적 가입건수는 2019년 1월 1559건에 그쳤지만, 약 3년 만에 4.4배 이상 증가했다. 교사가 교권침해 특약에 가입하면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폭언·폭언·협박 등 부당한 피해를 당했을 때 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

생활지도법 요구하는 교사들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학생인권만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마땅한 지도방법이 없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올해 초 한국교육개발원의 대국민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교권 침해가 심각한 이유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36.2%)를 가장 많이 꼽았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이모(27)씨는 “학생이 교사를 무시해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으니 참고 넘어가자는 마음으로 못 본 척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교사가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생활지도법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학생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재할 수단이 없는 실정”이라며 “오히려 학생을 지도한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교사의 생활지도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이 생활지도법”이라며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혐의 등에서 면책받을 수 있도록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교권이 존중받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생활지도법 입법만으로는 교권침해 근절이 어려우니 교사의 수업권을 보장하는 학교 문화 형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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