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보호의무 강화 법 시행에도..무정차 우회전 여전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일시정지 차량 10대 중 1대꼴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12일 오전 울산 남구 한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이 보행자를 무시한 채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2022.7.1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보행자 보호의무를 대폭 강화한 도로교통법이 12일 시행됐지만 차량 운전자들의 교차로 무정차 우회전 운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을 때' 뿐만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까지 포함해 운전자에게 일시정지 의무를 확대했다.

또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는 보행자의 횡단 여부와 관계 없이 운전자에게 일시정지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한 운전자에게는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법 시행 첫날인 이날 울산지역 주요 교차로에선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우회전을 하는 차량이 다수 목격됐다.

이날 오전 남구 달동사거리에선 울산시청→공업탑 방면으로 우회전을 하는 차량이 횡단보도의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었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통행했다.

양 길가에는 각각 4~5명의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한 승용차는 우회전을 하다가 보행자와 충돌할 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12일 오전 울산 남구 한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를 넘어선 채 멈춰 서 있다. 2022.7.1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남구 울산문화예술회관 사거리에서도 보행자 통행 중 우회전 시 일시정지하는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도 마찬가지. 남구 신정초등학교 일대 스쿨존에서 차량들의 일시정지 준수 여부를 지켜본 결과, 대부분 차량은 서행했지만 일시정지하는 차량은 10대 중 1대꼴이었다.

운전자들은 보행자 보호를 강화하는 법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운전자 이모씨(36)는 "법이 바뀌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어떤 상황에서 정지해야 하는지 정확한 내용은 헷갈린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홍보가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운전자 강모씨(53)도 "일반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사람이 있으면 멈춰야 한다는 사실은 알았는데, 스쿨존에서는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하는 것은 몰랐다"며 "바뀐 내용을 조금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행된 법이 실제 교통상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영웅 울산교통문화시민연대 대표는 "북구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의 경우 2차로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횡단보도도 있다보니 차선 두 개가 모두 막혀 버리는 상황이 생긴다"며 "출퇴근 시간에 사람도 없는데 차가 서 있으면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만큼 신호 시스템을 만드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경찰청은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에 따라 이날부터 한 달간 운전자들이 충분히 개정법을 인식할 수 있도록 홍보에 집중한다.

아울러 보행자 사고다발지역 또는 통행량이 많은 교차로와 횡단보도에 경찰력을 집중배치해 위반한 운전자에게 경고·계도 등 교통안전 활동을 펼친다.

한편 최근 5년간(2017~2021년) 울산지역 보행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40.4%(115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첫날인 12일 오전 울산 남구 한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이 보행자가 있지만 멈추지 않고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2022.7.1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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