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점령지 러시아 영토 편입 박차
돈바스~크림반도 연결..우크라이나 분단 우려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 '러시아화'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적 취득 절차 간소화 대상을 우크라이나인 전체로 확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법률 정보 공시 사이트에 올린 대통령령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및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국민, 해당 지역들에 상주하는 무국적자 등은 간소화된 절차에 따라 러시아 국적을 부여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할 권리를 갖는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5월 말 대통령령을 통해 DPR과 LPR 주민들에 대한 러시아 국적 취득 절차 간소화를 규정한 2019년 4월 대통령령을 보완해,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 주민들도 수월하게 러시아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다 이날 대통령령을 통해선 점령지 여부와 상관없이 우크라이나 국민 모두가 러시아 국적을 간소화한 절차에 따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는 앞으로 늘어날지 모르는 점령지 주민 모두에게 러시아 국적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점령지 영토 편입 과정에서 2014년 크림반도를 무력 점령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병합한 것과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러시아가 병합할 것으로 보이는 곳은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등이다.
3월 중순 러시아가 점령한 헤르손주 전역과 자포리자주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러시아 루블화가 법정화폐로 통용되고 있다. 또한 이들 지역에서는 공용문서가 러시아식으로 바뀌는 등 각종 러시아 시스템이 도입됐다.
점령지에서는 우크라이나 학생을 '러시아 국민'으로 키우기 위한 러시아식 교육 프로그램도 시작됐다.
러시아는 점령지에 새로운 군민 합동정부를 설치했으며 주요 도시에서는 러시아가 임명한 시장으로 교체됐다.
헤르손주의 친러시아 정부는 올해 말까지 헤르손주를 러시아에 편입하도록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르손주는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르손주의 군민 합동정부 부수장 키릴 스트레모우소프는 최근 성명에서 "러시아 편입을 놓고 주민투표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헤르손주는 (러시아 연방의) 완전한 구성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포리자주 도시 멜리토폴시도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 준비에 들어갔다.
멜리토폴시 군민 합동정부 수장 갈리나 다닐첸코는 지난달 7일 "우리는 우리의 미래가 러시아와 연결돼 있으며 러시아가 이곳에 영구적으로 있을 것임을 안다"면서 "주민투표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돈바스와 헤르손주, 자포리자주의 러시아 편입 주민투표 실시 제안이 곧 나올 것으로 보이며 주민투표는 이르면 올여름 실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루한스크주를 장악한 데 이어 도네츠크주 주요 거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점령에 성공할 경우 이미 장악한 남부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를 통해 크림반도와 연결되는 육로가 구축된다.
러시아는 점령지에서 입지를 공고히 한 후 휴전이나 종전 협상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자국 영토의 일부라도 러시아에 넘기는 방식의 평화협상은 불가하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쟁은 반드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한 2월 24일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 곧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남부 요충지 점령에 이어 동부 돈바스도 완전히 장악하면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화가 진행된 이들 영토를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결사 항전의 의지가 굳건하지만 서방의 무기 지원만으로는 돈바스 지역의 전세를 역전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단을 원하는 서방의 압력으로 크림반도∼돈바스로 이어지는 지역을 러시아군에 넘겨준 채 휴전에 들어가면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분단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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