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르포] 가스도 끊겨 마당서 장작 태워 요리

박의래 2022. 7. 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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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는 사흘 기다려서 기름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11일(현지시간) 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로리스 로드에 있는 한 주유소에는 밤에도 휘발유를 받으려는 차량으로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변성철 스리랑카 한인회장은 "4월까지는 그래도 휘발유를 구할 수 있었는데 스리랑카 정부가 지난 4월 대외 부채를 일시적으로 상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신용이 막히면서 휘발유 수입은 인도 주유소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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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서 20시간 줄선 끝에 다음날 차례..가격은 L당 2천원
전기는 주기적으로 단전
오늘밤도 기다림의 연속 (콜롬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주민들이 휘발유를 사기 위해 주유소 앞에서 밤샘 기다림을 하고 있다. 2022.7.12 photo@yna.co.kr

(콜롬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지난번에는 사흘 기다려서 기름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11일(현지시간) 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로리스 로드에 있는 한 주유소에는 밤에도 휘발유를 받으려는 차량으로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주유소 입구까지 차례가 다가온 한 남성은 "20시간이 걸렸다"면서도 휘발유가 다음날에 들어올 예정이어서 꼬박 밤을 새워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은 스리랑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전량 수입해야 하는 휘발유를 구하는 일이다.

현재 국영 주유소는 휘발유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았고 인도 회사가 운영하는 주유소만 하루에 한 번 휘발유를 받아 판매하고 있다.

1인당 판매량도 자동차는 한 번에 7천 스리랑카루피(약 2만5천원),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 툭툭은 2천500 스리랑카루피(약 9천원)로 제한하고 있다.

판매하는 양이 정해져 있으니 사람들은 차를 가지고 와 긴 줄을 서서 순서가 오기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가격은 당연히 치솟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1L에 550 스리랑카루피(약 2천원)로 3개월 만에 약 2배가 됐다.

오늘밤도 기다림의 연속 (콜롬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주민들이 휘발유를 사기 위해 주유소 앞에서 밤샘 기다림을 하고 있다. 2022.7.12 photo@yna.co.kr

상류층이나 휘발유가 급한 사람들은 암시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암시장에서는 1ℓ당 약 3천 스리랑카루피(약 1만1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이처럼 가격이 치솟다 보니 툭툭 기사들은 본업보다는 주유소에서 밤새 줄을 서 휘발유를 받은 뒤 암시장에 파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기름값에 대중교통은 사실상 중단됐고 여행사나 호텔에서 제공하는 차량 제공 서비스는 부르는 게 값이다.

스리랑카의 관문인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에서 콜롬보 시내까지는 약 30㎞ 거리지만 편도 픽업 요금은 90달러(약 12만원)에 달한다.

변성철 스리랑카 한인회장은 "4월까지는 그래도 휘발유를 구할 수 있었는데 스리랑카 정부가 지난 4월 대외 부채를 일시적으로 상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신용이 막히면서 휘발유 수입은 인도 주유소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휘발유만큼 구하기 어려운 것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액화석유가스(LPG) 가스다.

평소에는 가정마다 LPG 가스통을 연결해 요리할 때 사용하고 다 떨어지면 가스 회사에 주문해 배달받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스 수입도 완전히 막히면서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가스가 떨어진 시민들은 나무를 사다 마당에서 불을 때 요리를 하는 등 임시방편을 동원하고 있다.

그나마 전기는 수력발전이 있어 운영되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단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주 수도 콜롬보에서는 낮에 하루 3시간 단전에 들어간다.

이처럼 기본적인 생활이 무너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정점에 달했고 결국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있는 집무실과 관저를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스리랑카 휘발유 암시장 스리랑카 콜롬보의 휘발유 암시장을 통해 휘발유를 공급받는 모습. [스리랑카 한인회 제공]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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