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發 에너지 위기에 유로화 20년만에 '1유로=1달러'

장영은 2022. 7. 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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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따른 경기침체 우려↑
러시아 유럽行 가스공급 감축하면서 비상사태
"노르트스트림1 재가동 안하면 유로 추가 하락"
연준 추가 금리인상으로 달러 가치는 더 오를 듯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에너지를 앞세운 러시아의 보복 제재가 가시화하면서 유럽 대륙이 공포에 휩싸였다.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자료= 인베스팅 닷컴)

노르트스트림1 가동중단으로 에너지난 현실화

12일 오후 3시 현재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은 1유로에 1.00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유로화와 달러의 가치가 거의 같아진 것으로 2002년 12월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연초 환율이 1유로당 1.13달러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유로화 가치는 14%가량 하락했다. 유로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였던 때는 2001년 5월로 1유로당 0.85달러였다.

유로화 가치가 이처럼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줄이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유럽국가들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금융·무역 등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제재에 나섰고 우크라이나에는 무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에 대한 보복 조치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러시아로부터 가스 사용량의 40%를 공급받았다.

특히 전날(11일)부터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중단한 것이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를 크게 키웠다. 노르트스트림1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주요 통로다. 연간 수송용량은 약 550억㎥인데, 유럽 천연가스의 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러시아는 이번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중단이 ‘정기 점검’을 위해서라며 오는 21일까지 일시적으로 가스 공급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유럽 내부에서는 러시아가 가동을 재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례도 있다. 지난달에도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은 가스터빈 제조 업체인 독일 지멘스의 장비 반입이 지연된다는 이유를 들어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하루 가스 공급량을 60% 감축했다.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회사 에니(Eni)는 이날 러시아가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하루 가스 공급량을 3200만㎥에서 2100만㎥로 3분의 1가량 줄였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지난 4월 말부터 러시아는 가스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러시아의 일방적인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폴란드, 불가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공급량을 줄였다.

(사진= AFP)

역대급 인플레에 에너지 위기 겹쳐…달러강세 전망도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이나 중단이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던 일이라고는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각국이 실시한 경기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의 여파로 유럽 국가들도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을 더 부채질할 것이 자명해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6%였다.

CIBC 캐피털마켓의 북미지역 외환(FX)전략 책임자인 바이판 레이는 “노르트스트림1의 재가동할 여부가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라며,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유로화 가치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조지 살라벨로스 도이체방크 글로벌 FX 리서치 책임자는 1유로당 0.95∼0.97달러 범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달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이상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달러 강세로 유로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는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가 108.19로 200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21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ECB 기준 금리는 마이너스(-)0.50%로,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면 11년 만이다. 다만, 경기 침체 우려로 인상 폭은 0.25%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영은 (bluera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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