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대에서 무슨 일이? "넉 달 새 학생 다섯 명 극단적 선택"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대에서 최근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케임브리지대에서 지난 4개월간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그렇게 한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5명에 이르면서 학교 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케임브리지대 교육 담당 부총장보인 그레이엄 버고 교수는 “대학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의 비극적인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고 깊이 애도한다”며 “세상을 떠난 학생들의 가족, 친구들과 슬픔을 함께 한다”고 말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캠퍼스 전경출처: 브리태니커 홈페이지

가디언에 따르면 대학 측은 지난 3월 1명, 5월 3명의 재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숨진 학생들이 소속된 단과대학 관계자, 지역 보건 전문가들로 구성된 긴급 대응팀을 꾸렸다. 그런데 긴급대응팀이 가동 중이던 6월 또 한 명의 재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학교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3월에 숨진 역사학과 학생의 경우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이 극단적 선택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BBC는 이 학생의 경우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대학의 상담 서비스를 받은 적도 없다고 전했다.

버고 교수는 “학생의 안전보다 대학에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학생들의 정신건강 지원을 위한 대학 재정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현행 재정은 연간 450만파운드인데 향후 5년간 500만파운드를 추가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 측이 이미 상담서비스 대기시간 단축, 위기학생 조기 파악을 위한 담당 직원 운영제도, 직원 대상 자살예방 교육훈련 등 포괄적인 대응책을 실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케임브리지대 학생회 측은 대학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학생회는 성명에서 “학생 개개인이 죽음에 이른 상황을 추측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케임브리지대 내 학생들이 정신건강 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 대학측 집계에 따르면 2017~2020년 4년 동안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은 네 명이었다. 올해 들어 케임브리지대 캠퍼스 내에서 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급증한 것이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영국 140개 대학을 대표하는 유니버시티UK 회장인 스티브 웨스트 교수는 “영국 전역에서 청년들이 정신 건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생들의 자살 건수가 늘고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우울증, 채무 부담, 고립감과 외로움 등과 같은 위험요소를 대학 당국이 주시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 고등교육부 학생들의 자살률은 10만명당 3명꼴로 최근 4년 내 가장 낮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