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남성들은 여름에 더 먹는다, 이유는 강한 햇빛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2. 7. 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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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월 남성 칼로리 섭취량 17% 늘어
여름이 되면 산과 바다에서 바베큐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 햇빛 속 자외선이 남성의 식욕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Pixabay

흔히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에 식욕이 증가한다고 생각하지만 남성은 오히려 여름에 칼로리를 더 섭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름 햇빛 속 자외선이 우리 몸이 음식을 더 먹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의 카밋 레비 교수 연구진은 1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여름 햇빛이 피부에서 ‘그렐린(ghrelin)’이라는 식욕 촉진 호르몬을 더 분비시켜 남성의 칼로리 섭취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여름에 남성 칼로리 섭취 17% 늘어

연구진은 피부암을 연구하기 위해 생쥐에게 자외선을 쬐며 먹이 섭취량을 조사했다. 자외선이 피부암을 유발하면 먹이를 덜 먹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외선이 수컷 생쥐의 식욕을 촉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구진은 사람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의 정기 건강 영양 조사의 일환으로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심층 조사했다. 그 결과 남성은 3~9월에 다른 때보다 칼로리를 17% 더 섭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여성의 식품 섭취량은 연중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렐린 호르몬은 식욕을 직접 촉진하는 유일한 호르몬이다. 그렐린은 위장이 비었을 때 분비된다고 알려졌다. 연구진은 수컷 생쥐가 파장이 280~32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인 중파 자외선(UVB)에 노출되면 피부의 지방세포에서 그렐린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신체 활동 증가에 적응한 현상” 추정

남성에서 채취한 피부 시료에 자외선을 쪼여도 마찬가지로 그렐린 분비가 촉진됐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이 과정을 차단했다. 자외선이 여성의 식욕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구진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확실하게 밝히지는 못했다. 자외선이 남성의 칼로리 섭취량을 늘리면 체중도 증가하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아마도 여름에 활동량이 늘어난 데 신체가 적응한 반응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레비 교수는 “피부는 신체에서 가장 큰 장기”라며 “이렇게 큰 장기가 자외선을 통지해 밖으로 나갈 시간임을 감지하는 것은 말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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