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마지막 궁중잔치..120년 만에 '임인진연' 공연
기사내용 요약
8월12~1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려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1902년 임인년. 대한제국 황실에서 고종의 즉위 40주년과 나이 60을 바라보는 망륙(望六)인 51세를 기념하기 위한 잔치가 열렸다. 대한제국의 자주권을 박탈당한 '을사늑약'을 불과 3년 앞둔 시점이었다. 500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 시기를 포함한 마지막 궁중잔치였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실 잔치가 120년 만에 최초로 공연 무대에 오른다. 국립국악원은 다음달 12~1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임인진연'을 선보인다. 자주 국가를 염원했던 1902년 대한제국의 '임인진연'을 중심으로 찬란한 궁중 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소개하기 위한 공연이다.
'임인진연'은 급변하는 개화기에 국제적으로는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내부적으로는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보이는 국가적 의례를 선보임으로써 자주 국가 '대한제국'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당시의 진연은 크게 남성 신하들과 함께 공식적인 행사를 올린 '외진연'과 황태자와 황태자비, 군부인, 좌·우명부, 종친 등과 함께한 '내진연'으로 나뉘어 행해졌다. 이번 공연에서는 예술적인 측면이 강한 '내진연'을 120년 만에 무대 공연으로 되살린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12일 덕수궁 정관헌에서 열린 임인진연 제작발표회에서 "임인진연이 있던 1902년은 열강들이 다툼이 치열했던 시기였다"며 "왕가의 위엄을 일으켜세우고 문화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의도가 담긴 연회"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당시 세자가 5차례 진연을 간청했는데 황제는 문무백관이 5번째 주청을 올렸을 때 마지못해 허락했다"며 "국내외적 어려운 상황이 이유였다"고 했다. 그는 "궁중연회는 그 시대의 음악·무용 등 가장 세련된 작품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두 갑자가 지나 임인진연을 되살릴 최적의 기관이 국립국악원이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무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박동우 디자이너가 연출을 맡아 황실의 진연(궁중에서 베푸는 잔치)이 기록된 '의궤'와 '도병(그림 병풍)' 등 당대의 기록 유산에 근거해 당시의 진연을 최대한 사실과 가깝게 재현했다. 특히 주렴(붉은 대나무발)과 사방으로 둘러쳐진 황색 휘장막 등을 활용해 황제의 공간과 무용, 음악의 공간을 구분해 실제 진연의 사실감과 생생함을 높일 예정이다.
박 연출은 "평소 무대미술가로 활동했는데 이번에는 무대미술 및 연출로 참여하게 됐다"며 "공간적으로, 미술적으로 공연 취지에 맞게 잘 진행해달라는 의도로 저에게 맡겨주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극장에 들어오면 황제의 시선으로 공연을 보게 된다. 기존 공연들의 시선을 반대로 바꿔 황제의 용상이 객석에 있는 것처럼 공간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박 연출은 "120년만에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가급적 재현에 중점을 뒀다"며 "창작요소를 가미할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 도병, 의궤 등 나오는 기록 잘 살펴서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또 "1904년 덕수궁에 큰 불이 났고 임인진연이 있던 관명전도 불탔다"며 "그런데 의궤와 도병이 살아남았다. 진연 의궤에 상에 올린 떡의 개수와 높이, 종류까지 정리돼 완벽하게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궤와 도병을 바탕으로 공연을 재연할 수 있었다. 기록원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보낸다"고 했다.
그는 "나라가 망하기 직전인데 연회나 즐겼느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 시기는 국가 뿐 아니라 고종의 목숨도 위험한 시기였고, 실제로 고종의 커피에 독약을 탄 사건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장차 순종이 될 황태자는 그런 위기 상황을 정면돌파해 대한제국의 건재를 알리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방식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선보이는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의 공연 구성은 황제에게 일곱 차례 술잔을 올린 예법에 맞춰 선보인다. 궁중무용으로는 봉래의, 헌선도, 몽금척, 가인전목단, 향령무, 선유락이, 궁중음악으로는 보허자, 낙양춘, 해령, 본령, 수제천, 헌천수 등 황제의 장수와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한 화려하고도 품격 있는 궁중 예술의 정수로 무대를 꾸민다.
이상원 정악단 예술감독은 "음악은 진연 진행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진연을 이끌어가는 과정이 음악이기 때문"이라며 "백성과 함께 나라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유정숙 무용단 예술감독은 "모든 작품들이 이 나라의 태평성대와 황제의 무병장수 기원하는 내용"이라며 "당시의 모습을 원형 그대로 보여주는 뜻 깊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임인진연'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다음달 12~14일 공연된다. 주중에는 오후 7시 30분, 주말에는 오후 3시에 공연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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