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빅스텝' 한다는데..정부 눈치에 대출금리 깎는 은행들

국종환 기자 2022. 7. 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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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銀, 불경기 '이자 장사' 비난 커지자 일제히 대출금리 인하
내달 예대금리차 공시도 예정돼 있어 금리산정 고민 깊어져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것) 가능성으로 금리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도, 정부의 '이자 장사' 경고를 면하기 위해 잇따라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은행별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예대금리차 공시'까지 예정돼 있어, 금리 산정을 둘러싼 은행들의 고민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금리 인상기에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소비자 지원 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시행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한시적 금리 인하(주담대 최대 0.45%p·전세대출 최대 0.55%p)를 별도 안내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주담대 혼합금리형 신규 고객에게는 우대금리 연 0.2%p를 일괄 적용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시행한 금리상한형 주담대 특약의 운영기간도 내년 7월까지 연장했으며, 연간 금리상한 폭을 0.75%p에서 0.50%p로 낮춰 상품성을 강화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주택 관련 대출 우대금리를 0.3%p 제공한다.

이로써 5대 은행 모두 대출금리 인하 행보에 동참하게 됐다. 대형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대출금리 인하 총대를 멨다. 신한은행은 올해 6월말 기준 연 5%가 넘는 금리로 주담대를 이용 중인 취약 차주의 금리를 이달 4일부터 1년간 연 5%로 일괄 인하했다. 5%를 넘는 이자는 신한은행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어 우리·하나·농협은행이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은행은 주담대 최고금리를 연 7%대에서 연 5%대로 1%p 넘게 낮췄다. 하나은행은 연 7%가 넘는 금리로 대출받은 개인사업자의 금리를 최대 1%p 깎아주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금리상한형 주담대의 가산금리를 최대 0.2%p 내렸다. 신규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도 각각 0.1%p, 0.2%p 인하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은 전 세계적인 시장금리, 기준금리 인상 기류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6%대로 치솟은 물가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미국과 기준금리 역전도 머지않은 상황이어서 빅스텝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장금리와 조달금리도 덩달아 상승해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내 2.75~3.00%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중 연 7%를 넘어선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말에는 연 8%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마냥 대출금리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 불황으로 서민 경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은행들만 '이자 장사'로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도 잇따라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메시지'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취임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 이자이익이 과도한지 적정한지 문제는 주관적인 이슈로, 일반 국민 시각으로는 이자이익이 과도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는 이에 대해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금리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금리가 급격히 인상될 시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 등에 대해 저금리대출로 전환해주거나 금리 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다음 달부터는 은행별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비교공시가 시행돼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더 커질 전망이어서, 금리 산정을 둘러싼 은행권의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개별 은행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예대금리차를 분기마다 자체 공시해왔다. 그로 인해 은행 간 예대금리차 비교가 어려웠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전체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은행의 이자이익 민낯이 매월 공개되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금리 산정을 놓고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 한은의 빅스텝이 예고돼 있는 등 기준금리, 시장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취약차주 보호 등 은행의 사회적 책임도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시장 상황만 보고 금리를 마냥 올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금리 산정을 둘러싼 다각적인 고민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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