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주일은 동네책방에만 책을 줬죠" 출판계 균형발전 외치는 지역 출판사들[인터뷰]
“‘한국 사회의 지역균형발전’은 요원하지만, ‘출판계의 지역균형발전’만은 우리가 해낼 수 있습니다. 아니 해낼 겁니다.”
이유출판의 유정미 대표, 강원 고성 온다프레스의 박대우 대표, 충북 옥천 포도밭출판사의 최진규 대표, 전남 순천 열매하나의 천소희 대표, 경남 통영 남해의봄남 정은영 대표.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책을 내는 사람들이다. 이 5명은 최근 ‘어딘가에는 ○○이 있다’라는 공통의 주제로 꾸민 책 5권을 동시에 펴냈다.
“기획을 시작한 뒤 책이 나오기까지 2년 이상 걸렸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제대로 만날 수 없어 줌 회의를 열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저자를 찾았어요. 디자인과 편집도 공동으로 진행했고요. 같은 서체와 디자인으로 연대의 힘을 극대화했습니다.”(이유출판 유정미 대표)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이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이유출판), <어딘가에는 아마추어 인쇄공이 있다>(온다프레스),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포도밭출판사), <어딘가에는 마법의 정원이 있다>(열매하나),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남해의봄날) 등이다.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는 대전역 인근 원동 철공소 거리에서 70여년 동안 청춘을 바치며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장인 3명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는 통영을 찾는 모든 이들이 애정하는 음식이지만 막상 통영 토박이들에게는 대표 음식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충무김밥을 발로 뛰어 취재하면서 기록한 이야기를 담았다. 나머지 3권의 책 역시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자신의 생활과 일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5개 출판사가 이번 기획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동네책방’과의 상생이었다. 요즘 서점들이 사라져 찾기가 쉽지 않지만, 전국 방방곡곡에 이색적인 주제를 가진 소규모의 동네책방은 오히려 늘고 있다. 5개 출판사는 이 시리즈를 낸 초기 1주일 동안에는 이같은 동네책방에만 책을 공급했다. 국내 서적 유통의 중심인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는 책을 아예 주지 않은 것이다.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는 “지역출판사와 동네책방이 힘을 모은다면 양쪽 모두 생존이 가능한 출판 상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5개 출판사는 대표가 모두 서울에서 살다가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뒤 출판사를 차려 각각 특색있는 책을 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역에 내려오니까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었고, 거기서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면서 “지역의 가치를 확산시키는데 힘을 쏟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자신의 생활과 일을 아름답게 가꿔가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역의 가치’와 ‘지역의 힘’을 세상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보여주겠는 것이다.
“‘좋은 책은 서울·파주 등 수도권에서만 나온다’, ‘지방에는 제대로 된 출판사가 없다’, ‘지방에서 나오는 책은 허접하다’는 식의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지역의 힘, 지역 출판사의 힘, 지역 책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출판을 비롯한 문화 전반, 더 나아가 국가 전체의 지역균형발전이 왜 중요하고, 왜 필요한지를 알려나갈 겁니다.”(유정미 이유출판 대표)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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