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마지막 황실잔치, 120년 만에 공연으로 재탄생(종합)

김용래 2022. 7. 1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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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덕수궁 관명전서 열린 '임인진연' 8월 국립국악원 무대서 재현
무대미술가 박동우 연출.."창작적 요소보다는 재현에 충실할 것"
임인진연도병 중 '내진연' [아모레퍼시픽미술관·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실 잔치가 120년 만에 처음으로 공연으로 다시 탄생한다.

국립국악원은 1902년 거행된 '임인진연'을 재현해 오는 8월 12∼14일 국립국악원 예약당 무대에 올린다고 12일 밝혔다.

임인진연은 고종 즉위 40주년이던 1902년(임인년) 12월 7일(음력 11월 8일) 덕수궁 관명전에서 거행된 궁중 잔치로, 임인년에 거행된 진연(進宴·궁중에서 베푸는 잔치)이라는 뜻이다.

임인진연은 500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마지막 궁중 잔치로, 급변하는 개화기에 국제적으로는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내부적으로는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드러내는 국가의례를 통해 자주국가 '대한제국'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고종은 세자와 문무백관의 진연 개최 요구를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들어 네 차례 거절 끝에 윤허하면서 비용과 인원을 최소화해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진연은 크게 남성 신하들과 함께 공식적 행사를 올린 '외진연'과 황태자, 황태자비, 좌우명부, 종친 등이 함께한 일종의 궁중 내부 행사인 '내진연'으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이번 공연은 예술적 측면이 강한 '내진연'을 무대 공연으로 되살린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이날 덕수궁 정관헌에서 가진 제작발표회에서 "외진연은 황제와 문무백관이 함께 참여하는 의식 성격이 강하고 내진연은 왕가 가족과 친인척이 주로 참여한 잔치였는데 공연문화로 볼 때 내진연이 훨씬 잘 짜였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올해 임인년을 맞아 자주국가를 염원했던 대한제국의 임인진연을 중심으로 궁중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소개하기 위해 공연을 마련했다면서 "궁중잔치는 음악·의례·무용 등 그 시대 문화예술 중 가장 세련된 것들이 모이는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국립국악원 '봉래의' 공연의 한 장면 [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02년 음력 11월 8일에 종일 치러졌던 임인진연은 이번에는 90분으로 축소해 무대 위의 공연으로 재구성된다.

국립국악원은 임인진연의 상세한 내용이 기록된 문서인 '진연의궤'와 병풍화 '임인진연도병' 등 기록 유산들을 바탕으로 공연을 준비 중이다.

국립국악원의 '임인진연'은 황제에게 일곱 차례 술잔을 올린 예법에 맞춰 꾸며진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궁중무용으로 봉래의, 헌선도, 몽금척, 가인전목단, 향령무, 선유락을 선보이며,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황제의 등·퇴장에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로 연주된 보허자를 비롯해 낙양춘, 해령, 본령, 수제천, 헌천수 등 황제의 장수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궁중음악을 연주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극장에서 공연으로 선보이는 만큼, 객석을 황제의 어좌(御座)로 설정해 관객이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꾸밀 예정이다.

또 관객들이 임인진연의 음악과 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복잡하고 긴 의례와 음식을 올리는 절차 등은 과감히 생략해 공연예술로서 색다른 진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연출과 무대미술은 박동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박동우 연출은 '명성황후', '서편제' 등 국내 창작뮤지컬의 무대미술과 2018년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예술감독 등을 지내고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한 저명한 무대미술가다

박동우 연출은 "이번 공연은 두 갑자가 지나 120년 만에 하는 진연으로, 창작적 요소를 가미할 수도 있겠으나, 재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가급적 임인진연도병과 진연의궤 등에 나오는 기록들을 잘 살펴서 충실히 재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인진연' 연출 맡은 무대미술가 박동우 [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그는 당시 기록들의 세밀함에 감탄을 드러냈다.

박동우 연출은 "1904년 덕수궁이 불타면서 임인진연이 열린 관명전이 불타고 궁중연향(宮中宴享·궁중 잔치)에 쓰인 악기와 의상도 전부 불탔는데 의궤와 도병은 남았다"면서 "조선 기록이 우수하다는 점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의궤에 상에 올린 떡의 개수와 높이와 재료 등 모든 것이 정리돼 있었다. 어떤 공연을 하더라도 진연의궤만큼 완벽한 기록을 남길 수 없을 정도로 (기록이) 완벽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탕으로 공연을 재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당시의 화가들과 기록원들에게 무한한 경의를 보낸다"고 했다.

국립국악원은 8월 예악당 공연 이후에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협의를 거쳐 120년 전 임인진연이 실제로 열린 덕수궁 안에서 재현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임인진연이 거행된) 관명전 터에 준명당이 새로 지어졌는데, 당시 연향이 펼쳐졌던 주 공간은 잔디밭으로 남아 있다"면서 "그 현장에서 다시 한번 임인진연을 재현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진연의궤 중 '관명전 내진연도' [한국고전번역원/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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