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중동 순방 나서는 바이든 대통령..중동 평화·인권·에너지 안보 초점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2. 7. 1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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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새로운 총기 규제 법안 통과를 축하하는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차례로 방문한다. 취임 이후 첫 중동 순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중동 산유국 증산 유도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등을 도모할 예정이다.

미국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12일 밤 워싱턴을 출발해 13~16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우디를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야이르 라피드 임시 총리와 회담하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회동한다. 사우디에서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 사실상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날 예정이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에 더해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이 참가하는 GCC+3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중동 방문 목적은 지역의 안정을 확대하고 테러리즘 위협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에너지 시장이 위태로운 시기에 에너지 안보 문제를 논의하고자 한다”라면서 “이 지역에서 인권 문제의 진보도 이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은 미국의 전략적 초점이 아시아와 유럽에 맞춰진 상황에서 중동 지역 내 미국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눈여겨볼 이슈 다섯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이슈는 이스라엘과 아랍 협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이스라엘에서 사우디로 곧바로 이동할 예정인데 이는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우호적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의 중재로 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 아랍 국가들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했다. 바이든 정부 역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개선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군사 협력까지 도모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당장 국교를 정상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사우디가 이스라엘 민항기의 영공 통과 허용 등의 점진적 조치가 발표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이슈는 이란 견제다.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을 봉쇄하기 위해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체결했지만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바이든 정부는 JCPOA 복귀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최종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탈퇴로 JCPOA가 중단된 상황에서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이는 등 핵 활동 강도를 높였고, 이스라엘은 JCPOA로는 이란의 핵·미사일 개발을 봉쇄하지 못한다면서 복원에 반대하고 있다. 사우디 역시 이란을 역내의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JCPOA 복원을 추구하는 동시에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안보 불안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방공망 통합 추진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9월 이란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GCC+3 국가의 방공망 통합을 추진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방공망 통합 계획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서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을 어떻게 다룰지가 관심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측 최고 지도자들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번 순방에서 양측 간 새로운 협상 테이블을 성사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라피드 총리가 임시 총리이고,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역시 부패 등으로 인해 리더십이 약화된 상황이라 새로운 모멘텀이 마련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인권 이슈다. 미국 정부는 2018년 발생한 사우디 출신 미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 사건을 비난하며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왕따’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국제유가 안정과 중동 내 이란의 영향력 억제 등을 위해 사우디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취임 이후 줄곧 무함마드 왕세자와 거리를 두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그와 만나게 된다. 미국 내에선 만남 자체가 카슈끄지 암살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비판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반면 사우디는 카슈끄지 암살 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했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결백하며 오히려 그가 사우디의 자유와 인권 상황을 개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은 원유 증산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인권 상황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사우디를 방문하는 핵심 이유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가는 상황에서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억제해야 한다는 강력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주요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핵심 구성원인 사우디에 증산을 지속해서 요구했지만 사우디는 거부해 왔다. 바이든 정부는 사우디에 대한 공격용 무기 수출 재개 카드까지 내비치면서 사우디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이 최대치에 근접했고, 다른 산유국들도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어 획기적인 증산 약속을 받아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중동 순방에서 에너지와 인권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빈손으로 귀국한다면 국내적으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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