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후판가 올려야" VS 조선업계 "내려야" 뜨거운 여름 신경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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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너무 저렴하게 공급해왔다.
①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후판 가격이 크게 뛰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동결 또는 인하를 요구하지만, ②철강업계는 아직도 지난해 원자재 인상분이 후판가에 덜 반영됐다며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분위기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후판가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두 업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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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그간 협상 섭섭해..양보 쉽지 않다"
원자재 가격 내렸으니 후판 가격도 동결 또는 인하를!
-조선업계
그간 너무 저렴하게 공급해왔다. 올리는게 옳다.
-철강업계
하반기 후판 공급 가격 결정을 위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①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후판 가격이 크게 뛰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동결 또는 인하를 요구하지만, ②철강업계는 아직도 지난해 원자재 인상분이 후판가에 덜 반영됐다며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분위기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후판가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두 업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추이를 근거 삼아 후판 가격이 더 이상 올라선 안 된단 입장이다. 철강업계에선 조선업계가 불황일 때 자신들이 '통 큰 양보'를 했고, 그때 크게 깎이기 시작했던 후판 가격이 아직도 회복된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인상 요인은 많다는 쪽이다.
후판 가격이 선박 원가를 좌우한다
두꺼운 철판을 뜻하는 후판은 선박 제조 원가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 가격을 높이면 철강업계가 유리하고, 반대의 경우 조선업계가 유리한 구조다. 대체로 상반기와 하반기에 접어들기 전 시작되는 후판가 협상은 가장 규모가 큰 한국조선해양의 가격 협상이 이뤄진 뒤 이를 잣대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이 차례로 협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가 "최선은 인하, 적어도 동결"을 주장하는 배경엔 국제 원자재 하락세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27일 기준 톤(t)당 119.6달러를 기록, 지난해 7월 52주 최고점(222.85달러)이나 올해 최고점인 3월 7일(162.75달러)과 비교하면 각각 45%, 25% 정도 떨어졌다. 제철용 연료탄도 동호주 항구(FOB) 기준 톤당 324.31달러로, 52주 최고점인 지난 3월 15일(662.75달러)과 비교하면 45%가량 하락했다.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에 협상 난항 요인도
업계에 따르면 협상 진행이 물 흐르듯 흘러가면 7월 안에 끝나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원자재 가격 변동이 심할 때는 꽤 치열한 협상이 진행된다. 두 업계의 후판가 협상은 워낙 오랜 시간 지속된 터라 얼굴 붉혀가며 한두 푼 깎거나 올리는 방식은 아니나, 원자재 가격 변동 폭이 크거나 어느 한 쪽 업계 실적이 크게 나빠지는 등 중대변수가 생길 경우 논의가 길어진다.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뛴 지난해 하반기 후판가 협상은 8월 초에 끝났다.
업계에선 조심스레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①원자재 가격 하락 요인이 설득력 있고 ②장기적인 상승에 따른 피로감 ③기본적으로 조선산업이 유지돼야 철강산업도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1분기 나란히 영업 손실을 낸 조선 3사에 철강업계가 후판가 인상 부담을 더 얹기 어려울 거란 이유에서다. 실제 2020년 톤당 60만 원이던 후판가는 올 상반기엔 두 배인 120만 원 수준으로 뛰었다.
다만 철강업계 쪽은 해묵은 섭섭함을 풀고 가야 한단 입장이다. 후판이 매출 비중은 큰데, 항상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게 철강사들 목소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두 업계가 공생 관계지만, 대체로 조선사 뜻에 따라 가격이 조정돼 왔다"며 "과거 협상 때 양보한 부분이 아직 회복된 건 아니라서 철강업계에서도 하반기 협상에서 양보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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