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이어 산업장관도 "경제 역동성 둔화"..반도체 등 1.5兆 투입해 인재 14만명 육성
"투자·노동·혁신 둔화..민간 성장 기여도도 감소"
'규제 개선, 투자 인센티브, 입지 개선' 강화 추진
기업 공급망 안정화 지원..그린·디지털 규범 논의
신한울 3·4호기 환경평가 개시..전기요금 정상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한국 경제의 역동성도 둔화 조짐을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부처 수장이 잇따라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산업부는 규제 완화와 입지 개선 등을 통해 민간투자를 유도하고, 오는 2026년까지 1조5300억원을 투입해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산업과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분야에서 전문인력 14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또 기업의 공급망 안정화를 돕기 위한 통상채널 구축을 강화하고, 신통상 규범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우리나라 기업에 우호적인 대외 경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산업부는 에너지 공급·수요 부문 혁신과 관련 신산업 창출도 주요 과제로 보고했다.
이창양 장관은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부 주요 과제를 업무보고했다. 이 장관이 보고한 산업부 업무는 ▲성장지향 산업전략 ▲국익과 실용 중심의 통상전략 ▲에너지 수요·공급 부문 혁신과 신산업 창출 등 3대 전략과 그와 관련한 11개 핵심 과제다.
◇ 투자 활성화 3종 세트 추진…성장 사다리 복원
이번 업무보고에서 이 장관은 산업정책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대내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역동성이 계속 하락한다”며 “경제 성장 3대 결정요인(투자·노동·혁신)이 둔화하고, 민간의 성장 기여도도 감소한다”고 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국가 간 산업 경쟁력 확보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며 “주요국은 산업정책을 통해 명시적으로 기업을 지원한다”고 했다.
산업부는 향후 5년 동안 ‘성장지향 산업전략’을 추구해 산업 구조의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보고했다. 규제 개선, 투자 인센티브, 입지 개선 등 투자 활성화 3종 세트를 강화해 투자가 주도하는 성장 흐름을 만들고, 규제에 발목 잡힌 기업 투자 프로젝트 53건(337조원 규모)을 신속히 재개할 예정이다.
또 신성장·원천기술, 국가전략기술 등 투자세액공제 적용 대상 세부 기술을 늘리고,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에 대한 국비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입지 지원과 관련해서는 모든 업종이 입주할 수 있는 산업단지 ‘네거티브 존’ 비율을 3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고, 기존 업종 제한도 주기적으로 재검토한다.
저성장 극복의 동력이 될 기술력 강화와 인재 육성에도 주력한다. 산업부는 파괴적·도전적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시장 창출과 경제·사회 난제 해결이 가능한 목표지향형 메가 임팩트 프로젝트를 5년간 10개 추진하기로 했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바이오·인공지능(AI)·나노 등의 분야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한 범정부 로드맵을 마련하고, 2027년까지 첨단산업 특성화대학(원)을 10개 이상 지정할 방침이다.
이 장관은 성장 사다리 복원 계획도 보고했다. 중소·중견·대기업 간 급격한 지원 격차, 기업 규모 중심의 기업 지원체계 등을 개편하고, 중견기업이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의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4000억원 규모의 민관 합동 펀드를 조성한다.
반도체·배터리·AI 등의 첨단산업 육성과 자동차·철강·조선 등 주력산업 고도화를 위한 산업 대전환 정책도 마련한다. 첨단산업의 경우 민간 기업이 신속·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꾸준히 창출할 수 있도록 경쟁국에 상응하는 전방위 지원책을 제공하고, 주력산업에 대해선 디지털과 그린 체질 개선을 돕는 패스트 무버(Fast Mover) 전략을 추진한다. 산업부는 오는 2026년까지 총 1조5300억원을 투입해 첨단산업과 주력산업 분야에서 약 14만명의 전문인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신통상 규범 논의 주도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심화한 각국의 자원 패권주의와 공급망 차질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산업부는 국익과 실용 중심의 통상 전략을 짜겠다는 계획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우선 정부는 양자 통상 채널을 활용한 기업의 공급 안정화 지원에 나선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상호 투자와 기술 협력을 통한 공급망 강화를 유도하고, 미국·유럽 등 주요국과는 첨단 지식과 인력 교류를 촉진해 산업 혁신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대외 경영 환경을 선제적으로 조성하고자 그린·디지털 등 새로운 통상 규범 논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따른 무역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청정에너지·탈탄소 분야 논의와 주요 7개국(G7)의 기후클럽 발표 등 환경 관련 통상 규범화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디지털 분야와 관련해서는 올해 하반기에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DPA) 정식 서명과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가입 협상 완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IPEF에서 이뤄질 디지털 협정에도 참여하면서 국제규범과 표준 논의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 2030년 원전 비중 30% 이상…전기요금 원가주의 고수
이날 이 장관은 원전 산업 육성과 수요 효율화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공급·수요 부문 혁신과 관련 신산업 창출 계획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앞서 정부는 이달 5일 국무회의에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심의·의결하고, 203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신한울 3·4호기 조기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즉시 개시하고, 내년 초 사전제작에 착수해 2024년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환경부와 협의를 시작했다”며 “양측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서 평가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산업부가 원전 산업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올해 925억원 규모의 긴급 일감 발주도 신한울 3·4호기 설계 일감, 원전 예비품 등 추가 일감 발굴을 통해 1300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예년보다 무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여름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최대 9.2기가와트(GW)의 추가 예비 자원 확보에 나서겠다고 했다. 또 에너지 캐시백 사업을 전국 226개 시군구로 대폭 확대한다. 에너지 캐시백은 전체 참여 세대와 단지의 평균 절감률보다 높은 세대와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해당 절감량에 상응하는 에너지 캐시백을 6개월 단위로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산업부는 전기요금에 연료비 등 인상 요인을 점진적으로 반영하고, 전기위원회의 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의 추가 상승을 야기할 것”이란 재정당국의 우려에도 산업부는 요금 원가주의를 이뤄야 한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이다. 산업부는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시장 원리에 맡기되 수요 관리나 간접 지원을 통해 요금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산업부는 에너지 신산업 창출과 에너지 혁신 벤처 육성에서 앞장서겠다고 했다. 수소 신산업 육성을 위한 5000억원 규모의 수소펀드를 조성하고, 오는 2030년까지 유망 분야 벤처기업을 2500개에서 5000개로 두 배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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