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보조금 유혹후 수수료 인상..운전자 '빚 수렁' 빠뜨려
남아공 진출 초반 현금·보조금·리스 등으로 운전자 모집
운전자 늘자 수수료 인상..운전자는 수익 줄고 빚더미
"리스대금은 커녕 기름값·통신비 등 빼면 시급 1달러"
운전자 범죄 피해 우려 알면서도 현금결제 도입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버의 과거 불법행위 등이 잇따라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우버의 운전자들에 대한 처우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1일(현지시간) 우버가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운전자들을 높은 인센티브로 유인한 뒤, 수수료를 꾸준히 인상하는 방식으로 ‘빚 수렁’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또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금 결제를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WP를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사 40곳은 전날 일명 ‘우버 파일’을 공개하고, 우버의 과거 만행을 폭로하고 있다. 파일엔 우버가 전 세계적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시기인 2013∼2017년 임원들이 주고받은 12만 4000여건의 메모, 문자 메시지, 프레젠테이션, 브리핑 보고서, 송장, 이메일 등이 담겼다.
우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진출하면서 “누구든 1인 기업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혁신기술이라고 홍보했다.
우버는 가장 먼저 택시 운전 기사들에게 접근해 우버에 등록하면 400달러 현금과 건당 4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신용등급이 낮거나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차량을 빌려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리스 서비스도 제공했다.
남아공은 3명 중 1명이 실업자일 정도로 실업률이 높았던 탓에 운전자가 대거 몰렸다. 초반에 우버에 등록한 운전자들이 많은 돈을 벌면서 입소문을 탔고, 2015년 말에는 대기명단을 작성해야 할 정도로 지원자가 늘었다.
하지만 우버는 운전자들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나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수수료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우버 파일에 따르면 미국 본사의 가격정책팀은 2015년 중동·아프리카 지역 관리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수수료를 20%에서 25%로 올리기 좋은 시기”라고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운전자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사람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감소했다. 또 많은 운전자들이 리스 대금을 갚지 못해 은행 빚만 쌓였다. 한 운전자는 “기름값, 보험료, 휴대전화 데이터, 자동차 유지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시간당 1달러 정도 번다”고 토로했다.
반대로 우버가 가져가는 수수료 수익은 점점 늘어났고, 남아공 진출 2년 만인 2015년 3월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운전자들은 급여 인상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버는 현금 결제를 허용했다. 그 결과 운전자들의 현금을 노리는 강도 범죄를 비롯해 납치, 살해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에 우버는 운전자가 강도 피해 등을 당했을 때 응급치료 및 수익기회 손실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 프로그램이 적용된다면서 치료비 등 도움을 약속했다. 그러나 한 운전자는 “우버가 부서진 안경 값조차 지불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WP는 우버가 범죄 증가에 기여했다는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현지 운전자의 말을 빌려 “우버는 남아공에서 범죄의 플랫폼이자 공포의 플랫폼이 됐다”고 전했다.
우버 역시 최근 미 규제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현금 결제는 잠재적인 강도, 폭행, 폭력적·치명적인 공격 및 기타 범죄 행위 등 운전자와 탑승자의 안전·보안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전날 폭로에서도 우버가 운전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피해 등은 신경쓰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만 취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우버 경영진은 동정·지지 여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프랑스 등지에서 택시 업계와의 갈등을 악용, 고의적으로 폭력사태를 유도했다.
WP는 “우버는 보조금 등으로 운전자들을 꾀어낸 뒤 수수료 인상 등으로 부채위기에 빠지도록 전락시켰고, 강도 피해 등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엔 국제유가 상승으로 우버 운전자들이 생계를 꾸리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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