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래 잡아라".. 감사원, 고래·피라미·새우로 사건 등급화
“피라미 말고 고래 사냥을 하라”
요즘 감사원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지시가 내려온다고 한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최근 내부 회의 등을 통해 “과장급 이상 간부는 고위직 대어(大魚) 첩보 수집에 집중하라” “한 개 과(課)가 피라미급 사건 1~2개에 매달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고래 사냥’을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래’는 고위 공직자가 연루되거나 파급력이 큰 사건을 뜻하는데, 감사원 내부 은어(隱語)가 아니라 유 총장이 개인적으로 자주 쓰는 말이라고 한다. 유 총장은 전 정권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탈원전’ 기조에 따라 진행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의 문제를 감사했다가 좌천된 ‘강골 감사관’으로 통한다.
실제 감사원은 최근 이 ‘고래’라는 단어를 넣어 감사 사건의 평가 기준을 5단계로 등급화 했고, 향후 이를 승진 및 근무 평가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5단계 등급은 사건의 중대성과 난도 및 파급 효과에 따라 사건을 ‘고래급’(상), ‘상어급’(중상), ‘고등어급’(중), ‘피라미급’(중하), ‘민물새우급’(하)으로 세분화 한 것이다. 감사원 내에선 이를 두고 “아쿠아리움 사건 등급표”라고 하고 있다.
‘고래’를 잡아야 승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사 시스템이 개편되자, 감사원 각 과들은 최근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첩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감사원 고위 간부는 “전 정권에서 감사원은 반발이 거센 큰 감사는 거의 하지 않아 존재감이 없었다. 자잘한 사건은 털어내고 주요 사건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일각에선 “전 정권 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란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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