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식충식물 섬모 모방해 기름뜰채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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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식충식물 네펜데스가 곤충을 잡는 원리를 활용해 해양에 유출된 기름을 회수하는 기름뜰채를 개발했다.
12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극한소재연구센터 문명운 박사 연구팀과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정석 교수 연구팀이 저유황유 등 고점도 유출유에 대응하기 위해 셀룰로오스 소재를 이용한 친환경 기름 뜰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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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식충식물 네펜데스가 곤충을 잡는 원리를 활용해 해양에 유출된 기름을 회수하는 기름뜰채를 개발했다.
현재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환경규제에 따라 선박 연료로 쓰이는 저유황유에 특화된 방제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성과다.
12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극한소재연구센터 문명운 박사 연구팀과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정석 교수 연구팀이 저유황유 등 고점도 유출유에 대응하기 위해 셀룰로오스 소재를 이용한 친환경 기름 뜰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소재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드스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5월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저유황유에 특화된 방제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제해사기구가 대기오염의 주원인인 황산화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로 저유황유만 사용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저유황유는 황 함량이 0.5% 이하로 점도가 매우 높으며, 차가운 해수와 만나면 고체처럼 딱딱해지는 성질이 있다.
고형화된 저유황유는 기존의 기름 회수 장비로는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출될 때를 대비한 새로운 방제기술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굳은 저유황유를 제거할 때 직접 떠서 제거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 보고, 식충식물인 네펜데스가 곤충을 잡는 원리에서 착안해 뜰채를 만들었다.
네펜데스의 포충낭(주머니 형태로 변형된 잎) 표면에는 섬모(trichome)가 있는데, 곤충들은 네펜데스의 화려한 색과 향기에 끌려 포충낭 입구로 왔다가 섬모에 미끄러져 포충낭 안의 소화액으로 떨어지고 만다.
섬모는 물을 쉽게 흡수해 '물 윤활'(water lubricant) 층을 견고하고 두껍게 유지하고 있어 발수성(물이 흡수되지 않는 성질)인 곤충의 발바닥이 미끄러진다. 소화액에 빠진 곤충은 네펜데스의 영양분이 된다.
물 윤활이란 표면과 물질 사이에 물막을 형성해, 표면과 물질의 접촉에서 발생하는 마찰과 점착(달라붙음)이 제어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셀룰로오스 소재의 막에 네펜데스의 섬모 구조를 모사한 나노 섬모를 제작해 단단한 물 윤활층이 소재 표면에서 유지되도록 했다. 이 소재로 뜰채를 만들자 기름이 쉽게 미끄러지고 물은 잘 통과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연구진이 실제 효과를 확인해보기 위해 저유황유 바다 기름 유출 현장에서 기름 회수 평가를 해보니 하루에 1t 규모의 기름을 수거할 수 있었다. 이 뜰채는 견고한 물윤활층을 유지하며 수백 번 사용해도 성능 저하 없이 작동했다.
문 박사 연구팀은 같은 원리를 모시 소재의 장갑에도 적용해, 기름이 묻지 않는 장갑이나 작업복 등에 대한 상용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관련 연구는 지난달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Pollution'에 게재됐다.
문 책임연구원은 "본 기술은 식물의 구조를 소재에 모사해 성능과 내구성을 모두 향상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기름 뜰채나 유출유 회수기와 같은 오염 방제기기 뿐만 아니라 기름제거용 장갑이나 작업 의류에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 사업과 해양경찰청 과제를 통해 수행됐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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