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우회전 시 일단멈춤 첫날..횡단보도 진입했다 급히 후진하기도

20여 대 중 3대만 위반..한 달간 계도기간 후 집중단속

(광주=뉴스1) 이승현 수습기자 =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 멈추는데 가끔 뒤에서 경적 울리니까 헷갈리기도 하네요."

우회전시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의무를 확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첫 시행된 12일 오전 8시20분쯤 광주 북구 설죽로의 한 교차로.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며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자 우회전을 하려던 차량들은 일제히 멈춰섰다.

이윽고 보행자가 건너편 인도로 올라서자 차량들은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우선 멈춤이 익숙하지 않은 몇몇 차량은 횡단보도에 진입했다가 비상깜빡이를 켜고 후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취재진이 일대에서 15분간 우회전하는 차량을 지켜본 결과 20여 대 중 3대만이 개정안을 지키지 않았다.

시민 최강님씨(73·여)는 "우리같이 걸음이 느린 노인들은 천천히 간다고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있어 눈치가 보였다"며 "보행자가 다 건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해서 개정안 시행을 반겼다"고 말했다.

운전자 김지현씨(30·여)는 "일단 멈추는 습관을 들이려고 하는데 아직 적응이 필요하다"며 "가끔 뒤에서 빵빵 경적을 울려서 내가 잘못하고 있나 헷갈리는데 운전자들이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이륜차들은 횡단보도를 미처 다 건너지 않은 보행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 시민들이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교차로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도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적용됐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일부 운전자들로 인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가 도로를 건너려 했지만 차량은 멈추지 않고 보행자보다 먼저 진입해 보행자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초등학생들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이 교통지도를 하고 있음에도 5분간 차량 3대가 아랑곳하지 않고 개정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채 횡단보도를 지나갔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박민희씨(38·여)는 "등굣길에 보니 운전자들의 변화가 느껴졌다"면서도 "신호가 없는 곳에서도 멈춰야 한다는 개정안 내용을 모르는 운전자들이 있는 것 같아 홍보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의 주요 내용은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와 통행하려 하는 때에도 일시정지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도 보행자의 횡단 여부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일단 멈춰야 한다.

정부는 차량 우회전 시 횡단보도 사고를 막기 위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했으며 보행자 보호 의무를 어길 시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차와 보도가 분리되지 않은 이른바 '보행자 우선도로'와 아파트단지 내 통행로 등 도로 외의 곳에서는 운전자에게 서행과 일시정지 등 보행자 보호의무가 부여된다.

경찰은 한 달간 계도 기간(7월12일~8월11일)을 운영하지만 계도기간에도 교통경찰 등에게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범칙금과 벌점이 매겨진다.

최근 5년간(2017년~2021년) 광주지역에서 발생한 우회전 교통사고 건수는 Δ2017년 470건 Δ2018년 649건 Δ2019년 816건 Δ2020년 721건 Δ2021년 701건 Δ2022년 6월까지 295건이며 이 사고로 총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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