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中정책은행 발행 채권 러시아 리스크로 빠르게 매도
기사내용 요약
러시아 국영기업 거액 대출 중 은행들 2차제재 가능성 우려
위안화 약세·美채권과 금리역전·中정부 반시장 조치도 원인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전세계 채권 투자자들이 러시아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한 중국 국영 국가개발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빠르게 매도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들이 중국 정책은행인 국가개발은행이 해외의 댐·도로·공항 건설 공사에 돈을 대기 위해 발행한 채권을 마구 사들였다. 위안화 표기 채권은 거래가 쉽고 중국 국채와 마찬가지로 안전하면서도 금리가 높은 손쉬운 투자대상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부과하면서 러시아를 계속 지원하는 다른 나라와 기관들이 2차 제재대상이 될 위험이 커졌다.
중국 정책은행 3곳 중 2곳인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는 러시아 업체에 수십억달러를 대출했다. 두 은행은 전쟁 발발 뒤 이같은 사실이 불거지지 않도록 조심해왔다.
지난 2월부터 전세계 투자자들이 중국 정책 은행이 발행한 위안화 표시 채권 270억달러(약 35조4402억원)을 매각했다. 이는 두 은행 발행 채권의 6분에 1에 해당하는 액수다. 중국중앙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매각속도가 빨라졌다.
지난 2월부터 위안화 표기 채권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모두 610억달러(약 80조686억원)에 달한다. 위안화 약세와 미국 채권과 금리 역전현상 때문에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는 펀드 매니저 등 민간 투자자들이 중앙은행보다 더 빠르게 매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 채권 펀드 투자를 상환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점이다. 또 중국 정부가 최근 몇 달 새 취한 "반자본주의적 규제"도 원인이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 않고 있다. 중국 금융기관들이 제재를 지켜야하지만 중국 정부는 "제재는 문제 해결에 효과를 낸 적이 없다"고 말한다.
2017년 제정된 미국의 법에 따라 제재 대상 회사, 국가, 개인과 거래하는 해외 주체들도 제재대상이 된다. 중국의 금융기관들도 2차 제재 대상이 되면 달러 송금이 불가능해진다.
중국 국무원은 1990년대 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 농업개발은행 등 정책 은행 3곳을 설립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익이 나지 않는 국내의 대형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왔다.
2000년부터 2017년 사이 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러시아의 국영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에 730억달러(약 95조8344억원)을 대출했으며 이중 500억달러(약 65조6400억원)이 지금도 대출돼 있다. 최근에는 대출이 더 늘었다. 예컨대 지난해 말 두 은행은 25억유로(약 3조2922억원)을 아크틱 LNG2 LLC에 대출했다.
2018년 개발은행은 120억위안(약 2조3392억원)을 러시아 국영 개발회사인 VEB에 대출했으며 이듬해에는 34억유로(약 4조4748억원)을 러시아 에너지 회사 가즈프롬 PJSC의 자회사에 다른 은행과 공동대출했다.
중국 정책은행들은 위안화표시 대형 채권 발행에 큰 몫을 차지한다. 이 점이 최근의 채권 매도 압박의 배경이다.
i세어즈 중국개발은행 채권 상장지수펀드에 61억달러(약 8조93억원)을 보유한 블랙록이 최근 중국 정책은행 3곳이 발행한 채권 자산의 절반을 매각했다. 이 펀드 가격이 지난 5월에만 거의 3분의 1 가량 하락했다. 블랙록과 같은 민간 투자자들에 비해 정책은행 채권보다 국채를 더 많이 보유한 각국의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은 매도세가 약하다.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중국 정책은행 채권 매각이 러시아와 직접 연관성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위안화 약세와 금리차 역전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8일 미 재무부 채권 금리는 3.10%인데 비해 중국 국채는 2.83%, 개발은행 채권은 3.08%였다.
중국 정책은행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위안, 유로, 홍콩달러 채권을 매각해 막대한 자금을 차용하고 있다. 2037년 만기, 표기 금리 4.17%의 개발은행 달러표시 채권은 최근 달러당 98.2센트로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 연말 달러당 115센트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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