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동문 변호사들 소송대리인단 구성 "약자들 권리 봉쇄해선 안돼"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관 앞에서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최근 연세대생 3명은 집회 소음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세대분회 집행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빈 기자

연세대학교 동문 변호사들이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위해 소송대리인단을 구성했다. 연세대 재학생 3명이 청소·경비노동자의 학내집회에 대해 학습권 침해라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연세대 동문 변호사들은 12일 “재학생 3명이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피고들 대리인으로 참여한다”며 “26명의 동문 변호사들이 뜻을 모았고, 현재까지 10명의 동문 변호사들이 소송위임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내에서 집회를 하면 시끄러울 수도 있고 배려와 관심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적어도 그들(노동자들)의 행동을 봉쇄하기 위해 형사고소를 하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과도하다. 윤동주, 이한열 선배를 배출한 연세의 정신은 약자들의 권리를 봉쇄하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소송은 승소가 목표가 아니며, 소송 안팎에서 많은 대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있길 기대한다”면서 “연세대학교 당국은 이 사태의 최종 책임자다. 이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원고가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취하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소송대리인단은 향후 동문 법조인 선언도 준비하고 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소송대리인단 입장 전문

연세대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고자 동문 변호사들이 대리인단을 구성하였습니다.

연세대학교 동문 변호사들은 재학생 3명(선정자 2명, 선정당사자 1명)이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피고들 대리인으로 참여합니다.

26명의 동문 변호사들이 뜻을 모았고, 현재까지 10명의 동문 변호사들이 소송위임장을 제출했습니다. 더 많은 동문 변호사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 왔지만, 위세를 보이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기에 대리인단의 수는 더 늘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향후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한다는 의미로 동문 법조인 선언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저희들이 이 사건에 청소노동자들을 돕는 마음은 이렇습니다.

학내에서 집회를 하면 시끄러울 수도 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이 오죽하면 이러시겠나 하며 양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배려와 관심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행동을 봉쇄하기 위해서 형사고소를 하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윤동주, 이한열 선배를 배출한 연세의 정신은 약자들의 권리를 봉쇄하는 것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윤동주, 이한열의 정의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따듯한 배려의 정신을 보여줬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과 동문으로서 열린 태도로 대화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고자 동문 변호사들이 소송대리를 맡게 된 것입니다.

저희들은 이 소송에서 승소가 목표가 아닙니다. 어떻게 해피엔드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소송 안팎에서 많은 대화를 통해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있길 기대합니다. 원고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법이란 약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소중한 수단이지만, 잘 못 사용하면 자기와 타인을 벨 수 있는 칼과도 같습니다. 이런 점을 잘 헤아려 주길 바랍니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원하청 구조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청에 고용된 청소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받고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있습니다. 하청회사는 용역대금과 근로조건을 결정할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용역대금을 결정하는 원청, 연세대학교가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원청이 이 문제를 풀지 않으니, 하청회사와 노동자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고, 그 분쟁으로 주변 사람들이 간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 것입니다. 원청 연세대학교는 어디로 간 채, 노동자들만 불편을 초래했다고 일방적인 비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연세대학교 당국은 이 사태의 최종 책임자입니다. 이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직접 나서서 원고가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취하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사태가 계속 되면 연세 정신이 훼손될 수 있고, 학교 위상에도 좋지 못할 것입니다. 신속하게 학교 당국은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주기를 바랍니다.

학교 당국, 재학생, 교직원, 청소노동자, 동문을 포함한 모든 연세 구성원들이 연세의 정신이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2. 7. 12.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소송대리인단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