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ELS, 2년 만에 발행액 2조 밑으로..하반기에는 살아날까
조기상환은 6300억원 그쳐
넷플릭스 등 일부 기초자산 가격 급락으로 손실 확정된 상품도
하반기 시장 회복 가능성도 나와
지난 5월부터 국내‧외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의 발행과 조기상환이 급감했다. 지난달 발행액은 2년여만에 처음으로 2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4월 발행액과 견주면 절반 수준도 안 된다. 지난달 조기상환 금액도 6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1조~2조원씩 조기상환됐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한 수준이다. ELS 시장이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지만 올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ELS 발행과 상환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LS는 계약 기간에 기초 자산 가격이 정해진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함께 약속한 이자를 주는 파생 상품이다. 예를 들어 ‘6개월 뒤 미국 S&P500지수가 현재 수준의 80% 이상을 유지하면 연 5% 이자를 지급한다’는 식이다. 이를 조기상환이라고 하는데 보통 6개월마다 조기상환의 기회가 온다. 다만 6개월 후에 지수가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다시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만기인 3년이 끝나도 지수가 기준치보다 낮으면 손실이 확정된다. 일부 ELS는 만기 내에 한번이라도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면 손실이 확정되는 녹인형 상품도 있다.
12일 유안타증권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금액은 1조9300억원으로 집계돼 2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월간 기준으로 ELS 발행액이 2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20년 5월(발행액 1조3700억원) 이후 2년 1개월만이다.
ELS 발행액은 올해 들어 4월까지 꾸준히 늘었다. 4월 발행액은 4조900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긴축 우려로 증시가 하락하기 시작한 5월에는 발행액이 2조71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감소했고, 6월에는 1조원대까지 발행액이 줄었다. 2분기(4~6월) 전체 발행 금액도 8조7300억원으로 1분기(1~3월) 9조3600억원보다 6.71% 감소했다.
ELS의 조기상환 역시 크게 줄었다. 조기상환의 기준이 되는 기초자산의 가격(발행 당시 주가지수 또는 주가)보다 현재의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ELS 조기상환 금액은 지난 4월 2조600억원으로 2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5월에는 8000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고 6월에는 6300억원에 그쳤다.
일부 ELS는 원금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해 아예 손실이 확정된 상품도 있다. ELS 중 녹인이 있는 상품은 가입 기간(만기) 내 단 한 번이라도 기초 자산 가격이 녹인 배리어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올해 들어 원금 손실이 확정된 대표적 ELS는 미국 넷플릭스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ELS다. 넷플릭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ELS 발행시 설정한 녹인 배리어 밑으로 떨어졌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근 6개월(1월 12~7월 11일) 동안 발행된 넷플릭스 연계 ELS 중 NH투자증권이 발행한 ELS 2종과 미래에셋증권이 발행한 ELS 1종이 각각 녹인 배리어를 아래로 내려가며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이 확정된 3종의 ELS 발행규모는 153억2246만원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글로벌 주가지수가 계속 내려가는 상황 때문에 ELS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발행액이 감소하고 있다”며 “또 지난해 하반기 주가지수가 높았던 상황에서 발행됐던 ELS들은 조기상환에 실패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ELS 시장이 다소 진정되면서 회복되고 발행액과 조기 상환액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ELS 시장이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최근 들어 신규 투자자금이 ELS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증시가 점차 회복된다면 ELS 발행과 조기상환 규모도 조금씩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도 “글로벌 지수와 국내 코스피 지수가 더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하반기부터는 그동안 조기 상환되지 않았던 ELS가 상환되고, 상환된 ELS 자금이 재투자되면서 ELS 신규 발행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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