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됐지만 부정청약 '피해자' 분쟁 여전..SH공사도 5년째 다툼
부정청약에 연루된 분양권을 사서 입주한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개정 법률이 소급적용되지 않아 법 개정 전에 발생한 분쟁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B씨는 SH공사가 2014년 분양한 서초포레스타 6단지 전용 59㎡ 분양권을 2015년 1월 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소유주 정상 등록 여부를 확인했고, 인근 중개업소에서 거래했다. 매도자에 약 2억원의 프리미엄을 지급했다. 해당 평형 최초 분양가는 3억7000만원으로 B씨는 실제 주택 구입에 5억7000만원 가량을 쓴 것이다.
당시 공공분양 단지도 분양권 전매 제한 등 부동산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B씨의 분양권 매입은 적법한 절차를 따른 것이다.
하지만 2017년 정부가 아파트 분양권 부정청약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B씨의 불행은 시작됐다. 국토부 조사결과 해당 분양권 원당첨자가 부정한 방식으로 청약에 당첨된 사실이 확인됐다. 시행사인 SH공사는 당시 주택법 규정에 따라 B씨에게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 아파트에서 2015년 4월부터 계속 거주 중인 B씨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SH공사가 분양권 계약취소를 결정하면 분양 원금만 받고 쫓겨날 처지에 놓여서다.
SH공사는 2018년 3월 관련 규정을 근거로 처분금지 가처분 및 계약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B씨는 이에 불복하며 법적 다툼이 이어졌다. B씨는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에 계약취소 근거 규정(주택법 65조 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도 B씨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2018년 10월 1심 재판부는 "부정청약 확인 시 계약취소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봤고, 헌법재판소도 올해 3월 기존 주택법 조항에 따라 시행사 측에 재량권을 부여한 것은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과거 비슷한 분쟁을 거친 당사자들은 대부분 계약유지로 합의를 봤다는 점도 이 같은 판결에 영향을 줬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SH공사 측 법률대리인이 과도한 요구를 했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2심 재판부도 양측의 합의를 권고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B씨)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다면 사용이익 정산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원고(SH공사) 측도 이 사건 부동산 근저당권 등 처리를 위해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므로 가급적 당사자 조정이나 화해로 마무리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B씨는 "A법인은 시세와 비슷한 수준을 부담한다는 전제로 기존 계약을 유지하고 계속 거주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단지 같은 평형 시세는 KB부동산 기준 15억이며, 온라인 매물 호가는 17억원 내외로 형성돼 있다. 최초 원분양가를 고려할 때 B씨가 12억~13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B씨는 SH공사 측이 합의를 위해 시세와 근접한 금액을 요구했다는 근거로 재판부가 "(양측이) 조정하는 경우 '시가 상당'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원고에 보완책을 주문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B씨는 "SH공사는 서울시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설립한 공공기관 아니냐"며 "겉으로 반값 아파트 등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하면서 뒤에선 선의의 피해자에게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중에 당장 10억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구하냐"며 "사실상 나가라는 통보"라고 토로했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정치권에선 주택법 추가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말 아파트 부정청약 사실을 모르고 해당 분양권을 전매로 취득한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선 계약 시점과 관계없이 소급적용해서 구제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현재 계약취소 분쟁 중인 전국 45가구(부산 해운대 마린자이 40가구, 서울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 4가구, 서초구 서초포레스타 1가구)를 비롯해 같은 이유로 분쟁 중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선의의 피해자들도 사후 구제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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