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주유소 99%가 미반영.. 정유업계는 "재고 탓"만

이윤정 기자 2022. 7.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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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유소의 99%가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비싼 값에 기름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에너지 소비자단체인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전국 1만744개 주유소 중 99.5%가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7월 1일부터 유류세가 추가로 인하됐으니 그만큼 싸게 기름을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주유소마다 재고량에 차이가 있어 바로 가격에 반영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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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주유소 99%, 유류세 인하분 반영 안해
정유사 "세금 납입분까지 손해보고 공급 중
주유소에 남아있는 비싼 기름이 문제" 해명
주유소는 "알뜰·직영만 붐벼 재고 소진 느려"

전국 주유소의 99%가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비싼 값에 기름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계는 인하된 가격으로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고 있다며, 결국 주유소의 가격 정책과 재고 소진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전에 구매한 비싼 기름이 남아있어 저렴한 가격의 기름을 팔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일반 주유소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알뜰 주유소’로 고객들이 몰려 재고 소진이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12일 에너지 소비자단체인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전국 1만744개 주유소 중 99.5%가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유류세를 리터당 304원 인하했다. 이 기간에 국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434.3원 오른 점을 고려하면 휘발유 가격이 130원만 올라야 하는데, 대다수 주유소는 이보다 가격을 더 올려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었다. 경유 역시 유류세 인하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주유소가 전체의 99.6%였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기흥휴게소 알뜰주유소에 차량들이 주유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유류세는 정유공장에서 기름이 반출되는 순간 부과된다. 공장 부지를 벗어나면 유류세를 납부해야 할 물량과 휘발유, 경유 등 품목에 따른 세율이 확정되고, 이는 국세청에 통보된다. 정유사는 당장 유류세를 내는 것이 아니라, 반출일 기준으로 다음 달 말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이렇게 유류세가 붙은 기름은 공장을 떠나 전국 각지의 저유소로 이동한다. 주유소가 주문한 기름은 가까운 저유소에서 배송된다. 기름이 공장 부지를 떠나 주유소까지 이동하는 데 통상 2주가 소요된다.

정유업계는 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할 때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7월 1일 유류세 인하폭 확대 시행에 맞춰 주유소에 공급한 기름은 모두 이전 기준으로 유류세를 납부한 물량”이라며 “정유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인하된 가격에 기름을 공급했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최대한 내렸다”며 “주유소는 대부분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데, 정유사가 이들의 가격 정책에 관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전국 주유소의 기름값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재고 탓이라는 것이 정유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전에 비싼 값에 받아둔 기름을 다 팔 때까지는 유류세 추가 인하분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7월 1일부터 유류세가 추가로 인하됐으니 그만큼 싸게 기름을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주유소마다 재고량에 차이가 있어 바로 가격에 반영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보통 기름 저장탱크가 2만ℓ(리터), 5만ℓ 짜리가 있는데, 2만ℓ 짜리 한 통을 2100원에 사와도 4000만원이 넘는 돈”이라며 “주유소 시장의 출혈 경쟁이 심하다보니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곳도 있겠지만, 한 달에 수천만원 마이너스를 볼 수도 있어 재고 소진 전에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영 주유소들은 재고 소진이 빠르게 되지 않는 이유가 알뜰 주유소와 정유사의 직영 주유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유류세 인하를 유도하는 방식은 정유사 직영 주유소나 알뜰 주유소를 통해 바로 가격에 반영하고, 자영 주유소는 이를 따라오라는 식”이라며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직영·알뜰 주유소로 몰리다보니 자영 주유소의 재고는 더욱 느리게 소진되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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