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임단협 '청신호'..사측 신공장 건설·신규채용 통큰 수용

권혜정 기자,이형진 기자 2022. 7. 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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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쟁점은 임금..기본급 인상 16만5200원 vs 9만5000원
노조 한발 물러설 가능성 관측..4년연속 무분규 타결짓나
현대자동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 모습.© 뉴스1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이형진 기자 =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며 산업현장의 '하투(夏鬪)' 분위기를 고조시키던 현대차 노사 임단협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차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던 핵심 안건 중 하나인 국내 신공장 건설과 생산직 신규 인력 채용 등에 전격 합의하면서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한발짝 다가선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이제 남은 건 임금 관련 안건이다. 업계에서는 사측이 통큰 결단을 내린 만큼 노조도 유연한 모습을 보이며 최종 합의점을 찾으려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전날(11일) 울산공장에서 15차 임단협 교섭을 열고 국내 신공장 건설·신규 생산직 인력 채용 등에 전격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라 현대차는 '2023년 착공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국내에 현대차 최초 전기차 공장을 짓는다. 현대차의 국내 공장 신설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만의 일이다.

신공장 건설은 올해 현대차 임단협에서 노사 간 이견이 가장 컸던 안건 중 하나다. 노조 측은 임단협 시작부터 해외 투자에 비해 국내 투자가 적다며 신공장 건설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현실성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원만한 교섭 합의 등을 위해 노조 측의 요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노사는 임단협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에도 합의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사내 하도급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생산·기술직 신규 인원을 채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조합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매년 2000명 이상 퇴직하는 등 자연 인력 감소에 따라 현장 인원이 부족하다며 그동안 신규 인력 채용을 요구해왔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수가 적은 전기차 생산으로의 전환에 따라 인력 수요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신규 인력 채용에 부정적이었으나 이 역시 교섭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노조 측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생산·기술직 신규 인력 채용은 지난 2013년 이후 10년만의 일로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신규 인력 채용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자료사진)© News1 윤일지 기자

노사 간 간극이 컸던 국내 신규 공장 건설, 신규 인력 채용이 전격 합의에 이른 것에는 미래차로의 전환 문제도 있지만 사측의 '원만한 교섭 타결'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에 따라 상반기 자동차 생산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노조의 파업이 더해질 경우 생산차질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는 "신 공장 건설과 신규인력 충원에 대해 정말 고민이 많았지만 미래 발전을 위해 결단했다"며 "결단 배경은 교섭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미래 발전을 위해 반드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건 임금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신공장건설·신규인력 채용과 함께 Δ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Δ호봉제도 개선 및 이중임금제 폐지 Δ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Δ해고자 원직 복직 및 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전날 임금 인상과 관련해 2차 제시안을 내놨다.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성과급 280% 및 400만원, 주식 10주(약180만원 상당), 재래상품권 10만원, 2교대 포인트 15만원 등이 골자다. 앞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급 250%+300만원 등의 1차 제시안에서 진전된 수준이지만 여전히 노조측의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요구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측이 29년만의 국내 공장 신설, 10년만의 생산·기술직 신규 인력 채용라는 큰 안건을 수용한 만큼 노조 역시 임금인상 측면에서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사측이 대승적 결단을 내림에 따라 파업의 명분이 없어졌고, 가뜩이나 차량용 반도체 대란에 따라 생산차질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노조 측이 파업에 나설 경우 일반 소비자들의 반감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측이 신규 공장 신설, 신규 인력 채용 등 2개의 안건에 대해 양보한 것과 다름 없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노조가 추가적인 요구안을 들이밀며 파업을 강행할 경우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사측은 물론 노조 측 역시 자동차 산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올해 임단협 역시 충분히 시간을 끌었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이 여름 휴가 전 임금인상 부분에서 극적 타결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7만5000원 인상에 성과급 200%+350만원에 합의한 바 있다.

현대차가 올해에도 무분규 타결에 성공하면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 한일 무역 분쟁,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무분규 타결한 것에 이어 지난해에도 코로나19 지속·차량용 반도체 대란 등을 고려해 무분규 타결을 지었다. 다만 현대차 노조는 12일 여름 휴가 전 마지막 교섭을 진행하고 이날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13일 2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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