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ICT 강국'은 옛말"..세계 100대 ICT 기업 수, 중국·대만보다 적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국이 ICT 강국이라는 타이틀과 달리 세계 100대 ICT 기업 중 단 2개의 한국 기업만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중국, 일본, 인도, 대만 등에 비해 경쟁력이 상당히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분석 데이터베이스인 S&P 캐피탈 IQ를 통해 세계 ICT기업 시총 10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삼성전자(9위)와 SK하이닉스( 56위) 단 2곳만 이름을 올렸다.
100대 ICT 기업 중 미국 기업은 56개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중국 9개, 일본 8개, 인도 4개, 대만 3개 기업이 포함됐다.
향후 100대 기업에 진입할 차세대 주자들로 구성된 200대 기업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중국 기업 수는 27개로 급격히 증가해 ICT 차세대 리더그룹에 많이 포진해 있었다. 일본기업 또한 17개가 포함돼 일본 ICT 잠재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기업은 네이버, 카카오 등 신흥 디지털 기업들이 추가돼 삼성전자(9위), SK하이닉스(56위), 삼성SDI(114위), 네이버(120위), 카카오(133위) 등 5개에 그쳤다.
한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도 경쟁력이 상당히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분야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0대 기업에 한국 기업은 2개사가 포함돼 중국 41개사, 미국 31개사, 대만 15개사 등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한국은 SK하이닉스(11위)와 SK스퀘어(63위) 단 2개사만이 이름을 올렸다.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투자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개사인 셈이다. 업종 분류상 '기술 하드웨어'로 분류돼 있는 삼성전자(전 세계 시가총액 9위)를 포함하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반도체 기업은 총 3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시장은 평가했다.
우리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7.4%로 경쟁국인 미국(17.1%), 네덜란드(15.4%), 일본(13%), 대만(9.5%)에 비해 매우 낮아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본은 2019년 3.5% 불과했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을 2년 만에 급격히 늘리며 국가차원에서 공격적으로 반도체 부활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확보를 골자로 하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올해 통과시켰고, 대만 TSMC 신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지난해 자국에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약 4천950억 엔(한화 약 4조7천억원) 규모의 정부지원금을 투입했다.
미국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20억 달러(한화 약 68조원) 규모의 반도체지원법(CHIPS) 통과 시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주요국이 반도체에 국가재원을 적극 투입하는 것에 비해 한국의 상황은 다소 아쉬운 편이다. 전경련이 OECD로부터 제공 받은 주요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 통계(2014~2018년)에 따르면, 중국 SMIC 6.6%, 미국 마이크론 3.8%, 네덜란드 NXP 3.1%에 비해 한국은 가장 낮은 수준(삼성전자 0.8%, SK하이닉스 0.5%)을 기록했다.
ICT 산업 내 5대 세부업종별로 각각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을 추려본 결과, 한국은 반도체,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모든 ICT 핵심 산업에서 각 1~2개 기업만이 포함돼 있어 ICT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이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100대 ICT 기업을 업종별로 구분한 후 가장 많은 기업이 분포한 상위 5대 업종은 ▲1위 반도체 ▲2위 SAP, 어도비 등 앱 소프트웨어 ▲3위 페이팔 등 데이터 프로세싱·아웃소싱 서비스 ▲4위 오라클 등 시스템 소프트웨어 ▲5위 액센츄어 등 IT 컨설팅 순으로 나타났다.
또 코로나 발생 이전과 비교하면 삼성전자, 애플, 델, HP, 캐논 등 기존 기술 하드웨어·스토리지는 순위권(4위→9위)에서 사라지고, 대신 시스템 소프트웨어(9위→4위)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코로나 이후 마지막 하드웨어의 시대가 가고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높아졌으며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추세로 보여진다.
그러나 한국 ICT 상장기업들의 업종 구성은 ▲1위 전자부품 ▲2위 반도체 장비 ▲3위 반도체(세부사항 별첨)로 나타나 아직까지도 제조 하드웨어가 중심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코로나 발생 이후 ICT 톱5 업종에 전격 진입한 시스템 소프트웨어 글로벌 100대 기업에서도 한국은 더존비즈온(74위), 안랩(82위) 등 2개 기업만이 이름을 올렸다.
전경련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비대면 경제가 본격화하고 디지털 대전환이 이루어지면서 보안 산업에 큰 기회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ICT 분야가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입지가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에선 시스템 소프트웨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전산망과 주요 국가 시스템 공격 등 사이버전으로 확대된 가운데 구글이 사이버보안 기업 맨디언트를 54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톱100 기업이 주로 분포한 국가에도 한국은 2개사만 겨우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34개사로 가장 많았고, 중국(32개사), 이스라엘(6개사), 일본(5개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합계 기준으로는 미국(34개 기업)이 한국(2개사)의 1천741.4배에 달했다.
중국(37.4배)과 이스라엘(21.1배) 역시 시가총액 합계 기준 한국과 시스템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 차이가 상당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일본, 폴란드는 100대 기업에 진출한 기업 수는 적으나, 기업 1개사 평균 매출액이 높아 실적이 뛰어난 알짜기업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화상회의의 확산으로 줌(Zoom) 등이 급부상했던 ICT 2대 업종인 앱 소프트웨어 분야 100대 기업에도 한국 기업은 전무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한국이 IT 강국이라지만 세계 시장이라는 냉혹한 전쟁터에서의 성적표는 다른 결과를 말한다"며 "우리 경제의 디지털화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고 사실상 소프트웨어 분야 경쟁력도 낮다는 점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세대 업종인 사이버안보의 경우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양국 협력을 강조할 정도로 유망한 분야로 예상된다"며 "한국 기업이 국제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를 비롯해 관련 각종 제도 정비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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