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파문' 우버, 정치권 연줄 닿은 언론사 사주에도 접근

김지연 2022. 7. 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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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도 유력 언론인과 접촉..언론계 거물 통해 정치권 로비 '속셈'
프랑스 야권, '우버 조력 의혹' 마크롱 조사 촉구
'정치권 로비 파문' 우버, 언론사 사주에도 접근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차량호출 서비스업체 우버가 사업 확장을 위해 각국 정치권에 로비를 벌이고 탈법 행위를 일삼았다는 탐사 보도가 공개된 가운데 우버가 유력 언론사 사주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했다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직 우버 로비스트 마크 맥갠이 제공한 12만4천개의 내부 문건을 분석, 우버가 유럽과 인도 등지에서 정치권에 스며든 언론사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현지 언론사 사주에게 '구애' 작업을 폈다고 보도했다.

관련 언론사에는 영국 데일리메일, 프랑스 레제코, 이탈리아 레푸블리카와 레스프레소, 독일 디벨트와 빌트, 인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이 포함됐다.

일례로 우버는 프랑스에서 2015년 규제 장벽에 직면했을 당시 레제코 모회사인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접촉했다.

맥갠이 우버 고위 경영진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프랑스에서 TK(우버 공동설립자로 당시 우버 CEO였던 트래비스 칼라닉 지칭)와 베르나르 아르노를 위해 투자미팅을 중개했다"며 "아르노가 프랑스 규제 상황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기 위해 전략적인 투자자로 환심을 사기 위한 차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우버는 2015~2016년에는 디벨트와 빌트를 소유한 독일 거대 미디어그룹 악셀 스프링거에 500만달러(약 65억7천만원) 상당 지분을 매각하는 거래를 했고, 2015년 타임스오브인디아를 소유한 인도 언론재벌 베넷 콜먼과도 비슷한 파트너십 계약을 발표했다.

이들 거래가 오간 시기는 우버가 두 나라에서 사업 난관에 봉착해 돌파구를 찾던 때였다.

독일에서는 주요 도시에서 불법 영업으로 도마 위에 올랐고 인도에서는 2014년 우버 기사가 승객을 성폭행한 사건 이후 운전자 신원조사가 부실하다는 비판으로 면허가 정지된 상황이었다.

특히 2015년 1월 타임스오브인디아 측은 칼라닉 당시 CEO에게 자사가 주최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서밋'에 연단을 제공해 나렌드라 모디 내각에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칼라낙 CEO는 스케줄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후 동료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타임스오브인디아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그해 1월 말 인도에서는 안전 점검을 강화한다는 조건으로 우버의 영업 재개가 허락됐다.

'정치권 로비 파문' 우버, 언론사 사주에도 접근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우버는 이탈리아에서 택시 시장에 영향을 주는 법안이 고려되고 있던 2016년 사업가이자 언론계 거물인 카를로 데 베네데티에게 마테오 렌치 총리와 접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 앞서 2015년에는 베네데티와 우버 간부들 간의 물밑 만남이 이뤄졌다.

당시 우버 경영진이 내부 문건에서 명시한 내용에 따르면 베네데티는 마테오 렌치 총리 내각의 핵심 각료에 연락을 취해 우버를 '막아설 수 없는 현대성의 상징'이라고 지칭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를 보냈다.

결국 우버는 이들 언론사의 편집·보도권보다는 언론 거물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의도로 접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디언에 우버 문건을 제공한 내부고발자 맥갠은 "우린 그다지 돈이 필요하지 않았고 그들의 돈을 받아 그들에게 좋은 일을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왜냐면 우린 그 돈과 함께 오는 고위 정치권 접근과 영향력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프랑스 택시에 붙은 우버 반대 시위문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날 영국 가디언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유한 일명 '우버 파일'을 분석해 우버가 유력 정치인을 구워삶고 수사를 방해하거나 탈세를 저지르는 등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일삼았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당시 프랑스 경제산업부 장관이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우버를 비밀리에 도왔다는 보도도 포함되면서 프랑스 좌파와 극우 정치인 등 야당에서는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 의원들은 우버 파일과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을 직접 추궁할 헌법 장치는 없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야당에서는 의회 위원회가 조사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달 프랑스 총선에서 집권 범여권 세력인 '앙상블'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입지가 작아진 바 있다.

범좌파 진영 '뉘프'(NUPES) 소속 오레리앵 타셰 의원은 현지 매체에 "이건 국가 스캔들"이라며 우버가 규제당국에 불시 수색당했을 당시 마크롱 대통령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우버 파일에서는 네일리 크루스 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부위원장이 우버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에 로비를 벌일 수 있도록 몰래 도와줬다는 폭로도 나왔다.

EC는 이와 관련, 크루스 전 위원장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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