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실효성 논란.. "소비 안 줄어 정유업계만 이익" 지적도

이윤정 기자 2022. 7. 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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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류세 탄력세율 한도 확대 추진
전문가 "유류세 정책 장기 유지 어려워"
인하하면 소비 회복돼 결국 가격 유지
정유사만 이익.. SK, 2분기 영업익 1.3조

정부가 현재 법정 최대 한도인 37%까지 낮춘 유류세를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좀처럼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며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덕분에 추가적인 기름값 상승을 제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선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석유제품 소비를 부추겨 가격 인하 흐름을 방해하고, 결국 정유사만 이득을 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괄적인 유류세 인하보다는 취약계층에 혜택을 집중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열고 “고유가 상황이 지속 악화될 것을 대비해 적기에 유류세 추가 인하가 가능하도록 유류세 탄력세율 한도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작년 11월 유류세를 20% 내렸고 지난 5월엔 인하 폭을 30%로 확대했다. 이달 1일부터는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낮춘 상황이다. 국회에는 현재 30%인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일각에서는 유류세를 100%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한도를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유류세 인하분이 기름값에 온전히 반영되진 않았어도, 추가 상승을 제지했다는 점에서 필요한 정책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최종 소비 단계에서 전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중간 단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 효과가 바로 체감되지 않을 순 있다”면서도 “워낙 유가 상승폭이 높았다보니 유류세 인하가 바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고유가) 상황에선 유류세 인하와 같은 직접적인 정책이 타당성이 있다”며 “에너지 가격을 일정 수준 끌어내린 것은 자명하며, 국내 기름값을 하락시키려면 더 큰 폭의 유류세 인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 차례에 걸쳐 유류세 인하폭이 확대됐음에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에너지 소비자단체인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전국 1만744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을 조사한 결과, 유류세 인하를 제대로 반영한 주유소는 48개(0.45%)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유류세가 리터당 304원 인하됐고, 그간 국제 휘발유 가격이 434.3원 오른 점을 고려하면 휘발유 가격 인상분은 리터(ℓ)당 130원을 넘지 않아야 하는데, 전국 99.55%의 주유소가 130원보다 많이 휘발유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해답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경우 작년 유류세 인하 첫 시행일인 11월 12일에 배럴당 81.57달러였는데, 지난 8일에는 104.03달러로 28% 올랐다. 지난 3월 9일엔 127.86달러로 57%까지 오르기도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류세 인하 정책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할 때”라며 “유류세 인하 폭을 키울수록 착시 효과로 인해 소비자들이 실제 유가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나중에 가격이 하락했을 때에도 제자리로 돌려놓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물 운전자 등 유류 지원이 필수적인 대상에게는 필요하다면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해주는 것보다, 취약계층 등에 집중해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가 유통 단계에서 가격 하락 요인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면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고 그에 따라 가격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지만, 유류세가 낮아지면서 소비를 줄이지 않아 국내 가격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한 뒤 정제해 판매하는 구조라 국제유가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국내 시장의 휘발유·경유 가격이 유류세 인하에도 유지되는 이유는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휘발유·경유 합계 소비량은 242만2000배럴로 4월보다 43% 늘었다. 1~4월 내내 감소세를 보이던 휘발유·경유 소비량이 5월 들어 반등한 것은 유류세 인하폭이 20%에서 30%로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4월 초부터 유류세 인하 폭이 확대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소비를 미루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후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시점에 맞춰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났다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폭이 30%에서 37%로 확대되고 휴가철까지 겹친 이달 역시 소비량이 5월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류세 인하와 함께 늘어난 소비는 정유사의 사상 최대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정유업체인 SK에너지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096770)은 이번 2분기 매출이 19조11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 역시 1조274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2% 급증할 것으로 관측됐다. 에쓰오일(S-Oil(010950)) 역시 2분기 매출액(10조9567억원)과 영업이익(1조1283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 98% 늘어날 전망이고,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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