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의 그림자, 소재 해외 의존도 높아.. 수입 비중 日 35%·中 24%
반도체 장비 해외 비중 여전히 높아
반도체 인력 필요치의 1/3 수준
"소재, 장비, 인력 경쟁력 높여야"
반도체가 국가 안보 차원의 중요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에 ‘반도체 국가주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해외 의존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펼쳐질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다소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반도체 소재를 수입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미중 관계에 따라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펴낸 ‘반도체 산업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소재(18개 품목)는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높은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한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2010년 이후 80억달러 내외로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수출액은 같은 기간 41억달러에서 64억달러로 높아져 적자폭이 줄어들긴 했다.
과거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일본산 소재 비중이 가장 높았다. 2010년의 경우 48.1%로 필요 소재의 절반 가까이 일본으로부터 들여왔다. 지난해의 경우 여전히 일본이 소재 부문 최대 수입국이긴 하지만, 비중은 35.2%로 작아진 상태다. 의존도를 꽤 낮춘 셈이다.
일본산 소재는 중국산으로 대체됐다. 2010년 12.7%였던 중국 소재 수입 비중이 2021년 24.2%로 높아진 것이다. 일본 비중이 12.9%포인트 떨어지는 동안 중국 비중은 11.5%포인트 증가했다.
일본 비중이 낮아진 만큼 중국 비중이 높아진 건 현재 국제관계 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과거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는 수입 다변화 차원으로 이뤄졌던 일이 미중 패권전쟁에 있어서는 부메랑처럼 산업의 약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그만큼 반도체는 국가 간 헤게모니 싸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현대 사회에서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분야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없도록 극자외선(EUV) 장비의 중국 내 반입을 막았고, 이보다 낮은 수준의 반도체를 만드는 심자외선(DUV) 장비도 중국으로 들어갈 수 없게 조치하고 있다. 중국에 대형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반도체 기업 역시 이 영향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미 공장 증설 등에 차질을 빚은 사례가 있다.
앞으로 중국이 한국을 미국 주도의 ‘反중국 전선’의 한 축으로 인식할 경우 반도체 소재 수출 자체를 막아버릴 가능성도 있다. 상당한 비중의 소재 수입선 하나를 통째로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도입으로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던 일이 재현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정세라는 것이 항상 상황에 따라 변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반도체와 같은 민감 산업에서 특정 국가에 의존이 심해질 경우 위험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라며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중국 비중을 높였던 것이 이제는 족쇄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자국 내 생산력을 높이려는 세계적인 흐름을 봤을 때, 소재 이상으로 해외 의존이 높은 장비 부문도 점검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이 반도체 장비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 순이다. 이중 최근 네덜란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10㎚(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인 장비를 만드는 나라가 네덜란드뿐인 탓이다.
다만 지난 10년간 공정별 장비에 대한 특정 국가 중심의 수입 의존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의 경우 전(前)공정과 조립 장비는 미국(38.1%)이 가장 높았으나, 2021년에는 네덜란드(36.4%)로 수입 비중이 옮겨갔고 특정 및 검사 장비는 2010년 미국(40.1%)에서 일본(30.8%)산으로 변화했다.
반도체 관련 인력 충원이 더딘 점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잠재적인 위험 요소다. 2019년 한국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은 11만명 수준으로 직전 5년간 평균 증가율은 1%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 22만명(5년 평균 증가율 6%), 일본 14만명(1%)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반도체 최대 경쟁국인 대만은 인력 규모가 7만명으로 한국보다 적었지만, 5년 증가율은 평균 3%로 한국보다 높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산업은 매년 약 1500명의 신규 인력 확보가 필요한데, 매년 배출되는 인력의 숫자는 650명에 불과하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의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R&D 투자, 실증센터 확대 등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또 R&D 핵심인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리 시스템 활성화를 검토하고 기술 안보를 위한 법 및 제도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전자, 中 반도체 공장 노후장비 매각 시동… “방안 모색 초기 단계”
- 40주년 앞둔 쏘나타, 얼굴 바꾸니 美 판매량 급증
- [단독] 14년 우여곡절 끝에 운항 멈춘 한강 유람선 아라호, 8번째 매각도 유찰
- 축구장 100개 규모 연구소에 3만5000명 채용하는 화웨이… 노키아·에릭슨·삼성전자는 감원 바람
- 현대건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 원전 설계 계약 체결
- “올해 핼러윈 가장 무서운 영상”… 외신도 놀란 현대차 로봇
- WBC 한국팀 괴롭힌 마법의 진흙… “야구공 점착성·마찰력 높여”
- 치킨업계 1·2·3위 얼굴, 한달새 모조리 바꿨다… ‘치킨왕’ 자리 놓고 스타마케팅
- [美 대선] 美대선이 시작됐다, 시나리오는?
- 최태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많은 기술 보유…AI 흐름 타고 성과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