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지사 관사 3곳만 남는다..남겨진 공간 어디에 쓸까
17개 시도 중 7곳만 관사 운영, 이번에 4곳 추가 폐지
도청소재지 밖 도지사 거주사례 들어 일률폐지 반대의견도
시도지사 관사가 천덕꾸러기가 됐다. 단체장 관사 존폐 여부는 지방선거 때마다 논란이 됐지만, 이번엔 좀 특별하다. 당선자 시절 윤석열 대통령이 관사(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장 관사 폐지를 제안했고, 행정안전부가 다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관사 폐지 권고 공문까지 보낸 상황이다. 지금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자치단체장 관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오랜 기간 ‘지방권력’의 상징으로 기능해온 시도지사 관사 앞엔 어떤 미래가 놓여 있을까.
■ 7곳→3곳으로, 관사 폐지가 대세이긴 한데…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단체장 관사를 운영해온 곳은 7곳이다. 이 중 4곳이 최근 관사를 없애거나 용도 변경 계획을 내놨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도청 인근에 개인 주택을 완공하면 관사에서 나오기로 했고, 관사에 입주하려던 김관영 전북지사는 계획을 취소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도 관사를 경남도민을 위한 시설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공간 일부를 시민에게 개방한 부산시는 관사 전체를 개방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로써 관사를 단체장 숙소로 활용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대구·강원·전남 3곳만 남게 됐다.
관사 운영과 관련한 지배적 흐름은 폐지 또는 개방이다. 하지만 각 자치단체의 속내는 복잡하다. 특히 특별·광역시보다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도의 고민이 깊다. 관사를 단체장 숙소로 쓰지 않기로 한 경남도의 경우, 1995년부터 지금까지 경남도를 이끈 민선 도지사 5명 가운데 관사를 이용하지 않은 이는 김태호(32·33대) 전 지사가 유일하다. 관사 입주 여부를 가른 건 소속 정당의 이념이나 단체장의 신념이 아닌 단체장의 ‘개인 사정’이었다.
도지사가 되기 전 도청 소재지인 창원 바깥에 생활 근거지가 있던 이들은 임기 시작과 함께 대부분 관사에 입주했다. 자녀 학교와 배우자의 직장 문제 때문에 원래 살던 집을 처분할 수 없었던데다, 창원에 따로 살면서 집을 추가로 마련하자니 1가구 2주택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반면 원래부터 창원이 근거지였던 지금의 박완수 지사는 살던 집을 비워두고 굳이 불편한 관사에 입주할 이유가 없다. 그가 관사 개방에 적극적일 수 있는 배경이다. 경남도는 박 지사 퇴임 뒤 후임 지사의 숙소가 다시 필요해질 수 있어 관사를 매각할 계획은 세워두지 않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광역도의 관사 업무 담당자는 “지난 5월11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자체 관사 업무 담당자를 불러모아 회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시와 달리 도는 관할 지역이 넓고, 도청 소재지가 아닌 지역에 살던 도지사가 많다. 서울의 시각으로 도지사 관사를 일률적으로 없애라고 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 단체장 빠진 관사, 어떻게 써야 하나 단체장이 관사에 입주하지 않은 자치단체들은 빈 관사의 활용 방안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대체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다’는 원론만 세워둔 상태다. 관사 대체활용 방안이 준비되어 단체장이 관사 입주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입주를 안 한다고 하니 부랴부랴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달 29일 “관사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나 처분 등의 문제는 도민의 대표기관인 도의회와 충분히 상의해 처리해나가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전북도는 관사의 새로운 활용 방안이 나올 때까지 매각 등 다른 계획은 세우지 않기로 했다.
경남도는 좀 더 ‘진도’가 나간 편이다. 관사 활용 방안에 대한 도민 의견 수렴까지는 마쳤다. 앞서 경남지사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8일부터 30일까지 경남도민을 상대로 공모를 해 모두 51건의 의견을 받았다. 경남도 담당자는 지난 7일 <한겨레>에 “인수위에서 공모 결과를 넘겨받아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도청 직원 의견도 수렴해 그 결과를 도지사한테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민의 관사 활용 제안은 △문화예술공간 전환 △가족 단위 숙박시설 활용 △청년주택 제공 △주차장 또는 공원 조성 등 다양하다. 경남도 관계자는 “관사가 2층 단독주택이고 주거환경 보호가 필수적인 제1종 전용주거지역에 위치해 활용에 제한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 ‘관사 없애라’ 일방통행식 권고 논란?
일선 자치단체나 전문가들 일부는 3월 대선 이후 자치단체장 관사를 둘러싸고 진행된 일련의 논의가 지나치게 일방통행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낸다. 중앙정부가 일률적 기준을 들이밀며 지자체의 자율성을 압박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단체장의 관사 사용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곳은 지방의회였다.
박관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지역 주민과 지방의회가 감시하고 의견을 내기도 전에 (관사 문제를) 국정과제로까지 다루는 건 지나치다. 광역시·도마다 상황이 다를 테니, 주민한테 설명해서 납득하면 유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해소책을 찾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엽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사무국장도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이야기하며 관사 문제가 지나치게 큰 의제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중앙정부가 과거 임명제 시도지사 시절처럼 일률적으로 상황을 재단하고 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짚었다.
행정안전부도 지역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5월11일 (각 자치단체 담당자를 불러모아 한) 회의에서 여러 광역도가 관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도 사실이고, 관사 운영은 지방자치 사무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인 것도 맞는다”며 “지자체 의견을 묻기 위해 회의를 연 것을 두고 행안부가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담당자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정부·공공기관까지 포함해 모든 관사의 운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결과는 올해 연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까지는 지자체장 관사와 관련한 어떠한 공식 입장도 없다”고 말했다.
■ 관사 안 들어간 도지사들 어디에 살까? 관사에 입주하지 않은 도지사들은 어디서 출퇴근을 하고 있을까.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관사 입주를 포기한 탓에 곤란한 처지가 된 도지사들도 있다. 서울에 살던 김동연 경기지사는 취임 직후 광교 새 청사 인근에 오피스텔을 구해 살다 얼마 전 광교의 한 아파트를 전세 얻어 거주하고 있다. 두달 새 이사를 두번이나 한 셈이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말 취임 직전 도청 부근인 청주시 동남지구 아파트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50만원을 주고 빌렸다. 김 지사는 애초 경기도 고양시에 살다가 선거 기간 동안 아들 부부가 사는 충북 괴산군으로 주소와 거주지를 옮긴 바 있다. 고양시 집은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았다고 한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도청 소재지인 홍성군 내포신도시에 단독주택을 사서 입주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군산에서 도청이 있는 전주로 매일 출퇴근 중인데 조만간 전주에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한다.
♣️H6s최상원 전종휘 기자 csw@hani.co.kr,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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