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채운 수증기..남극에 '긴수염고래 잔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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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수염고래(큰고래)는 27m 길이까지 자라는, 대왕고래 다음으로 큰 수염고래이다.
남극해의 과거 먹이터에서 최고 150마리에 이르는 대규모 긴수염고래 무리가 크릴 사냥에 나서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상업포경의 피해로부터 회복되는 조짐이 분명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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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50마리 모여 '긴수염고래들의 잔치판' 벌여
20세기 상업포경으로 72만 마리 죽여 멸종위기
회복세 분명, 생태계에 청신호..모든 고래 회복 아냐
긴수염고래(큰고래)는 27m 길이까지 자라는, 대왕고래 다음으로 큰 수염고래이다. 몸매가 날씬하고 빨라 웬만한 포경선이 쫓아가지도 못했지만 상업포경이 시작되면서 대대적인 포획으로 멸종 직전에 몰렸다.
남극해의 과거 먹이터에서 최고 150마리에 이르는 대규모 긴수염고래 무리가 크릴 사냥에 나서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상업포경의 피해로부터 회복되는 조짐이 분명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헬레나 헤어 독일 함부르크대 해양포유류 생태학자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2018∼2019년 남극반도 웨들 해에 있는 코끼리 섬 해역을 항공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2019년 <비비시>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팀과 함께 드론을 동원해 조사했을 때 150마리 긴수염고래 집단을 만났다고 밝혔다.
“바다가 끓는 것 같았어요. 고래들이 여기저기서 쉬지 않고 바다 표면에 떠올라 첨벙거렸지요.” 주 저자인 헤어 박사는 “긴수염고래들이 바다 표면을 향해 돌진해 바닷물과 함께 크릴 떼를 삼키고 분기공으로 수증기를 뿜어내는 모습은 ‘긴수염고래들의 잔치판’ 같았다”고 ‘에이에프피(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전년도에 쇄빙선 헬기를 이용해 3200여㎞를 비행하면서 1∼4마리로 이뤄진 긴수염고래 100개 무리를 확인했다. 연구선 위에서는 코끼리 섬 근처에서 50마리와 70마리로 이뤄진 집단을 관찰하기도 했다.
연구에 참여한 베티나 메이어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교수는 “한 장소에서 이렇게 많은 고래를 본 것은 처음”이라며 “거대한 고래의 집단 먹이터 모습에 완전히 매혹됐다”고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이 이번 조사를 토대로 추정한 남극해의 긴수염고래 개체수는 약 8000마리이다. 1904년부터 포경이 금지된 1976년까지 남극해에서 기름을 얻기 위해 죽인 긴수염고래는 72만 5000마리이다. 전체 개체수의 1∼2% 정도인 약 2000마리 만이 살아남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긴수염고래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수염고래로 이제까지 남극해 먹이터에 모여든 긴수염고래의 수는 많아야 10여 마리가 고작이었다. 연구자들은 “150마리에 이르는 거대한 집단이 무리 사냥을 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메이어 교수는 “아직 남극해에 긴수염고래가 얼마나 사는지 동시 조사를 하지 않아 전체 숫자는 모른다”며 “그렇지만 이번 조사결과는 좋은 신호다. 상업포경이 중단된 지 50년 가까이 지나면서 개체수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긴수염고래는 장거리 이동을 하며 다양한 먹이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개체수가 회복되는 성공 사례일 뿐이어서 모든 고래에 해당하는 일은 아니라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대형고래의 회복은 고래뿐 아니라 생태계 전체에도 긍정적이다. 고래가 배설물을 통해 대양에 부족한 철분을 바다 표면에 비료 뿌리듯 흩뿌리면서 이를 먹고 식물플랑크톤이 번성한다. 이는 먹이그물의 토대를 이룰 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원인인 탄소를 고정하는 효과도 있다. 또 대형고래가 크릴 떼를 바다 표면으로 몰면 바닷새나 물개 등 다른 동물도 사냥 기회를 얻는다.
연구자들은 이번 관찰이 상업포경 이전의 바다가 어땠는지 짐작하게 한다고 밝혔다. 1892년 남극 탐험에 나선 자연주의자 윌리엄 스페어스 브루스는 수염고래의 집단 먹이터 모습을 “수평선 끝에서 끝까지 고래의 등과 분기공 수증기로 가득 찼다”고 적었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2-13798-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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