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디지털전략가·극작가, 스리랑카 반정부시위 이끈 주역

신재우 2022. 7. 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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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제난으로 촉발된 민중 봉기로 스리랑카 대통령과 총리가 전격사임을 선택한 가운데, 정권 퇴진 운동을 이끈 주역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정권을 무너뜨린 지난 9일 수도 콜롬보 민중 시위는 가톨릭 신부와 디지털 전략가, 인기 극작가 등으로 구성된 모임이 한 달 전부터 기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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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전부터 정당·노조·학생단체 접촉..페이스북으로 온라인서 시위대 조직
'국가 부도' 스리랑카서 대규모 정권 퇴진 시위 (콜롬보 AFP=연합뉴스) 스리랑카 시위대가 9일(현지시간) 수도 콜롬보의 대통령궁 경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시위대가 관저에 들이닥치기 전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07.10 ddy04002@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최악의 경제난으로 촉발된 민중 봉기로 스리랑카 대통령과 총리가 전격사임을 선택한 가운데, 정권 퇴진 운동을 이끈 주역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정권을 무너뜨린 지난 9일 수도 콜롬보 민중 시위는 가톨릭 신부와 디지털 전략가, 인기 극작가 등으로 구성된 모임이 한 달 전부터 기획한 것이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수십 명의 운동가는 지난달부터 콜롬보 인근 해변에서 정기적으로 회합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이미 지난 3월부터 정권 퇴진 시위가 있었고, 그 결과 5월에는 고타바야 대통령의 형이자,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던 마힌다 라자팍사와 남동생인 바질 라자팍사가 각각 총리와 국회의원에게서 물러났다.

가톨릭 사제와 극작가 등이 주도한 모임은 '아라갈라야' 또는 '투쟁'으로 불리던 당시 시위에 다시 한번 동력을 불어넣어 7월 9일에는 고타바야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로 결의했다.

운동가들은 시위를 조직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군불을 때면서 각 정당과 노조, 학생운동 단체를 하나씩 규합했다.

접촉한 단체 중에는 스리랑카에서 가장 큰 학생 조직이자 최근 시위에서 물대포, 최루탄 공격을 뚫고 정부 치안대의 바리케이드를 해체했던 IUSF도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시위가 집중적으로 벌어질 콜롬보 지역의 중산층 가정을 직접 방문해 시위 계획을 전달했다.

대통령 퇴임 시위대 (콜롬보=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콜롬보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시위대가 고타바야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022.7.11 photo@yna.co.kr

온라인 홍보는 큰 힘을 발휘했다.

디지털 전략을 짠 데드두와는 스리랑카에는 800만개의 페이스북 계정이 있어 온라인 홍보가 매우 효과적이었다면서 "우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나라 구석구석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운동가들은 콜롬보 외곽 주민도 제때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각지에서 개설된 대통령 조롱 사이트 '고타 고 빌리지'(Gota Go Village)에서 시위 계획을 설명했다.

계속되는 경제난과 대통령의 완강한 퇴진 거부로 몇 주째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성난 민심은 시위에 응답했다.

마케팅 전문가인 아마라툰지는 페이스북과 왓츠앱에 게시물을 공유한 지 일주일 만에 2천명의 동료 시위자를 모아 고향 모라투와에서 출발했는데, 콜롬보로 가는 도보 행군에는 결국 수만 명이 합류했다고 밝혔다.

시위대가 대통령 집무실과 총리 관저까지 점령하자 대통령과 총리는 시위 시작 하루 만인 10일 사임을 발표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이 계획대로 오는 13일 공식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면 2005년부터 스리랑카를 장악했던 라자팍사 가문의 '가족 통치'도 막을 내리게 된다.

시위를 기획한 핵심 운동가인 극작가 루완티 드 치케라는 "이것은 이 나라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모임이었다. 마침표를 완전히 찍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에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던 페이리스 신부는 "노인, 청소년, 청소년, 여성이 정말 많았지만, 이들은 포기하거나 철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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