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길, 산티아고] 800km 길..배낭 배달 서비스도 있어요
글·사진 금기연 취미사진가 2022. 7. 12. 09:55
가파른 내리막길
순례길의 대부분은 경사가 거의 없거나 아주 미미해서 걷기 좋습니다. 그러나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도 있어 자칫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피레네를 오르내릴 때, 용서의 언덕에서 내려갈 때, 폰세바돈에 올랐다가 철의 십자가를 지나 내려갈 때, 오 세브레이로를 오를 때는 스틱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고 안전합니다.
스틱은 스페인 현지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기내 반입이 되지 않습니다. 스페인 대도시마다 있는 용품점 ‘데카트론’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생 장 피에 드 포흐의 출발점 부근에서 살 수도 있지만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거친 순례길
순례길 상태는 다양합니다. 대부분은 걷기 편한 흙길 또는 포장길이지만 돌이 심하게 울퉁불퉁한 곳도 있습니다. 눈이나 비가 오면 진창이 되어버리는 곳도 있습니다. 가축의 똥으로 범벅이 된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발이 매우 중요합니다. 슬리퍼나 운동화를 신고 걷는 이들도 간혹 있지만 큰 후회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밑창이 두껍고 발목을 감싸는 중등산화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닥에서 오는 충격을 흡수하고, 혹시나 접질렸을 때도 안전하게 발목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중에 신발을 바꾸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다양한 순례 방법
순례를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대부분은 배낭을 메고 걸어서 가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도 제법 많습니다. 드물지만 말을 타거나 노새를 이용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사진에서처럼 바퀴를 이용해 배낭을 끌고 가는 사람도 눈에 띕니다.
자전거를 이용하면 800km 순례길이 대개 열흘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도보의 경우 하루 25km씩 30일 걸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하루에 10~15km씩 걷는 어르신들도 있습니다. 최근엔 구간당 5유로(7,000원) 정도로 짐을 날라주는 서비스까지 있어 각자의 상황에 맞춰 순례를 할 수 있습니다.
순례자를 위한 샘물
순례길에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물입니다. 목마름을 달래기도 하고 때로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 또 무언가를 씻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수를 선호하고 저도 그랬습니다.
순례길에는 샘터가 많은데 정기적으로 검사해 부적합으로 판명나면 즉시 음용불가를 표시한다는 한 블로그의 글을 읽고는 그때부터 샘물을 이용했습니다. 생수를 사서 마시고 거기에 샘물을 담는 겁니다.
며칠 뒤 수통을 새로 구입했고, 이후로 비용도 절감되고 걷기가 더 수월해졌습니다. 쉬지 않고 콸콸 쏟아져 나오는 물이 정말로 고맙습니다.
버스에서 보는 순례길
함께 가던 일행이 몸이 좋지 않아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작은 마을이라 버스가 다니는 횟수도 적고 시간도 요일마다 달랐습니다. 그나마 아예 없는 곳은 택시를 이용해야 합니다.
순례길을 따라 걷는 순례객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분명 저곳인데…’ 하는 생각이 들며 마치 잘못을 저지르다 들킨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반드시 모든 구간을 걸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몸 상태와 여건에 따라 걷기와 타기, 쉬기를 적절히 활용하면 됩니다. 잠깐의 무리가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배낭 배달 서비스 이용법
800km에 이르는 먼 길을 여러 용품이 든 무거운 배낭을 지고 걷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특히 여성이나 노약자의 경우는 짐 무게가 더욱 크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여러 민간 회사가 있지만 우체국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 배낭을 내놓고 가서, 다음 숙소에서 찾으면 됩니다. 간혹 배달 서비스를 취급하지 않는 숙소도 있는데, 전날 숙소 근무자에게 부근의 배낭 배달 숙소를 확인해야 합니다. 대부분 가까운 곳을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그 숙소로 가서 배낭을 보내야 합니다.
배낭은 잘 포장해 숙소 프런트에 비치된 전표에 출발 숙소와 도착 숙소, 연락 전화번호 등을 기입한 뒤 전표 주머니에 소정의 비용을 현금으로 넣어 지정된 장소에 내놓으면 됩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배달 가능한 배낭 무게는 약 15kg이므로 두세 사람이 함께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배낭이 배달되는 시간이 본인의 도착 시간보다 늦을 수도 있으므로, 간단한 샤워용품과 갈아입을 옷 정도는 직접 가지고 가는 것이 낫겠지요.
숙소에 도착했는데 배낭이 도착하지 않았다면, 숙소 근무자에게 문의하면 됩니다. 회사에 알아보면 어디에서 보낸 배낭이 어느 곳에 가 있는지 바로 확인 가능합니다. 모든 숙소에서 배낭 배달 서비스를 취급하지는 않으므로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취급하는 인근 숙소로 배달되기 때문입니다.
약 25km 거리에 5~7유로 정도의 비용이지만 여러 구간을 한꺼번에 예약하면 할인도 됩니다. 통상적인 구간보다 장거리로 배낭을 보낼 경우엔 반드시 늘어난 구간에 해당되는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합니다. 자신의 몸 상태나 지형과 일정에 따라 배낭 배달 서비스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순례가 훨씬 쉬워지고 그만큼 완주 확률도 높아집니다.
월간산 2022년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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