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세계는] 러시아의 '에너지 압박'에 흔들리는 '경제 제재' 연대
[앵커]
우크라이나발 에너지 위기가 여전히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독일로 가는 가스관 가동을 결국, 중단하면서 유럽에는 비상이 걸렸고,
긴 에너지 위기에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반러시아 대오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제부 뉴스룸을 연결합니다. 이승훈 기자!
러시아가 독일로 연결된 대규모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원)의 가동을 중단했다고요?
[기자]
우리 시각으로 월요일 오후 1시부터 가스관이 잠겼습니다.
한시적 조치인데 앞으로 열흘 동안입니다.
부품을 바꾸고 유지 보수를 위해서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입니다.
문제의 가스관은 러시아 북서부에서 발트해 바다를 통과해 독일로 연결한 파이프라인인데, 수송용량은 연 550억㎥나 됩니다.
[앵커]
러시아의 이번 가스 공급 중단 조치 정말 예정된 열흘에서 끝날까요?
[기자]
가장 큰 걱정이 그겁니다.
유럽은 이번 조치가 부품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더는 지원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봅니다.
이번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나라는 독일인데요.
유럽의 공장인 독일은 전체 에너지의 1/3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독일 경제 부총리는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말 그대로 비상입니다.
[앵커]
러시아의 불순한 의도를 세계가 의심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겠죠?
[기자]
러시아는 독일 가스관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가스 공급 물량도 1/3 줄였습니다.
그런데 왜 공급 물량을 줄였는지, 어떤 설명도 없었습니다.
이탈리아 역시 가스 수입의 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나라입니다.
EU 국, 나토국을 향해 러시아가 에너지 전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뭔가 신속한 조치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기자]
그래서 먼저 나선 나라가 캐나다입니다.
조금 뜬금없어 보이죠.
그런데 이유가 있습니다.
러시아가, 문제가 된 가스관의 핵심 부품인 '가스터빈' 수리를 맡긴 나라가 캐나다입니다.
물론 수리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캐나다가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면서 돌려주기를 미뤄왔는데 말을 바꿔 '터빈을 돌려주겠다'고 나섰습니다.
러시아가 직접 안 받겠다면 독일을 거쳐 전달하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다급해진 겁니다.
[앵커]
그런데 터빈을 돌려주겠다는 건 대러시아 제재를 풀겠다는 거 아닙니까?
원칙을 벗어난 결정, 우크라이나로서는 이런 조치가 상당히 불편할 텐데요?
[기자]
우크라이나는 펄쩍 뛰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직접 성명까지 내고 '캐나다에 너무 실망'했다고 했습니다.
또 이번 결정 할지 말지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면서 유감이라는 말 '반복'했습니다.
[앵커]
미국의 태도도 궁금한데요.
[기자]
캐나다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우방 아닙니까?
예상대로 미국은 캐나다의 이른바 '제재 면제'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가 대변인 이름으로 낸 성명을 보면
"푸틴의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런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말을 했는데요.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의 연대가 러시아의 에너지 압박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앵커]
에너지를 무기로 한 러시아의 압박, 지금 효과가 나오는 만큼 더 이어질 가능성도 커 보이는데요.
뭔가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
[기자]
그래서 지금 미국이 공을 들이는 나라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사실 에너지라는 게 부족하다고 해서 쉽게 늘릴 수 있는 재화가 아닙니다.
일단 매장량이 많아야 하고 또 필요한 만큼 더 캘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럴 수 있는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런 위기 때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중동으로 달려가 좀 빨리, 많이 생산해서 기름값 좀 떨어지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 현지 시각으로 내일부터 사우디를 사흘간 방문할 예정입니다.
[앵커]
요구가 분명한 만큼 사우디 방문에는 뭔가 선물도 충분해야 할 거 같은데요?
[기자]
선물 보따라 예상보다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금 전 들어온 외신을 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공격용 무기'를 다시 팔 거라는 얘기나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줄 곳 미국에 '판매금지'를 해제해달라고 요청을 해왔는데,
미 행정부가 이걸 풀지 말지, 내부적인 논의에 들어갔다는 겁니다.
말씀하신대로, 사우디는 미국의 오랜 우방이자 최대 무기 수출국입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반체제 언론인 암살 사건 등으로 불편한 관계가 이어져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놓고 말 그대로 '왕따'해 왔습니다.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에 그동안 세계가 주목하던 '인권', 그리고 '화석 연료 사용 금지' 등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국제부 이승훈 기자와 함께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 등 지구촌 에너지 위기 문제 정리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이승훈 (shoony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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