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BEV같은 PHEV, 벤츠 GLE 350e 쿠페
2022. 7. 12. 09:21
-순수 전기 모드로 약 90㎞ 달려
-뛰어난 고속안정성 및 승차감 특징
메르세데스-벤츠가 대형 쿠페형 SUV GLE를 바탕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얹은 GLE 350e 쿠페를 국내 선보였다. 새 차는 큼직한 차체와 세련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벤츠 3세대 PHEV 기술을 더해 상품성을 높였다. 성능과 효율 사이를 적절히 맞춰 보다 넓은 선택지를 갖춘 벤츠식 친환경 SUV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오프로드 SUV의 역동성과 쿠페 감성이 어우러져 역동성과 우아함이 조화를 이룬다. 듬직한 체구가 시선을 사로잡고 커진 차체에 걸맞게 겉모양을 꾸미고 있는 세부 요소가 전부 큼직하다. 먼저 두 줄의 주간주행등으로 멋을 낸 멀티빔 LED 헤드램프는 개별 조절 가능한 84개의 LED를 장착해 교통 상황에 따라 반응하며 운전자의 시야를 충분히 확보해 주고, 반대편 차 운전자의 눈부심을 방지해 준다.
그릴은 AMG 라인을 기본으로 적용해 스포티하면서도 특별함을 키운다. 다이아몬드 패턴과 거대한 벤츠 로고, 주변을 감싸고 있는 은색 장식도 포인트다. 앞 범퍼는 가로로 길게 이어져 차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유광 크롬의 언더가드는 화려함으로 무장해 시각적인 만족을 주기에 충분하다.
옆은 완만하게 내려앉은 루프가 단연 압권이다. 대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곡선 덕분에 차가 한결 차분해 보인다. 도어에는 철판을 접거나 과감한 캐릭터 라인을 추가하지 않았다. 덕분에 매끄럽고 안정적인 자세를 보여준다. 20인치 AMG 휠은 큰 불만이 없지만 타이어 지름이 넓고 휠하우스가 커서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뒤는 매끈한 트렁크 라인이 매력적이다. 독특한 디자인의 테일램프는 매끈하게 차체와 이어져있어 깔끔하며 로고와 레터링이 적재적소에 알맞게 붙어있다. 투톤으로 처리한 뒤 범퍼 역시 무난하며 크롬 도금을 둘러 밋밋함을 피했다.
실내는 상당히 멋있다. 도어 트림까지 이어지는 수평형 구조를 통해 라이벌 대형 SUV들과도 성격을 구분했다. 대시보드 아래에는 직관적인 두 개의 12.3인치 모니터가 있다. 하나의 패널로 구성돼 일체감이 좋고 그래픽도 훌륭하다. 내비게이션을 제외하면 각 인포테인먼트는 전혀 흠 잡을 데가 없다.
바로 아래에는 네 개의 4각 송풍구와 간단한 공조장치 버튼이 있으며 정교한 마감으로 시선을 끈다. 센터터널 주변은 잘 짜맞춘 가구를 보는 것처럼 고급스럽다. 컵홀더와 휴대폰 무선충전패드 등 수납함이 단정하게 마련돼 있고 뒤로는 벤츠가 새롭게 밀고 있는 터치 패드와 에어 서스펜션 조절 버튼이 자리잡았다. 양 끝에는 두툼한 손잡이도 있어 SUV 느낌을 강조하기에 충분하고 흔들릴 때 잡을 수 있어 기능적으로도 좋다.
특히 세 구역으로 나눈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실내 기술의 방점을 찍는다. 단순한 속도표시를 넘어 기울기 세팅과 동력배분까지 전부 보여준다. 간결한 실내 구성과는 반대로 첨단 조종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프리미엄 대형 SUV에 걸맞게 소재는 호화롭다. 진짜 나무와 가죽의 향연이다. 저렴한 검은색 플라스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반대로 알루미늄으로 마감한 버튼은 무드등에 반사돼 은은한 간접조명 효과를 낸다. 지지력이 좋은 시트와 부메스터 서라운드 오디오 시스템도 실내 감각을 높이는 데 한 몫 한다.
2열은 쿠페형 SUV라고 해서 부족하거나 답답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크기가 크다 보니 가능한 구성이다. 넉넉한 무릎공간을 비롯해 가운데 턱도 낮은 편이어서 성인 3명이 앉아 장거리 이동을 해도 문제없을 듯하다. 또 GLE에 비해 바닥면이 깊게 들어가 있어 머리 위 공간도 여유롭다.
다만 뒷 유리창 시야는 좁은 편이기 때문에 룸미러로 보는 시야각은 다소 답답할 수 있다. 편의 품목으로는 전용 컵홀더와 2열 개별 공조장치, 송풍구, USB 포트 등 알뜰히 챙겼다. 트렁크는 네모 반듯해 활용도가 좋지만 양 옆이나 바닥에 별도 수납공간은 없다. 2열을 접으면 차박이나 반나절 차크닉도 문제없다.
▲성능
동력계는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 조합이다. 엔진은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m를 발휘하며 전기모터는 최고 100㎾, 최대 44.9㎏·m를 낸다. 변속기는 전기 모터에 맞춰 설계된 하이브리드 전용 9단 자동이 맞물리며 31.2㎾h 배터리로 전기 모드 주행 시 약 66㎞(WLPT 기준 96㎞)를 달릴 수 있다.
시동을 켜면 ‘레디’라는 문구와 함께 조용히 등장을 알린다. 이후에도 차는 고요하고 차분하게 움직인다. 자극적인 반응이나 소리는 없다. 시종일관 여유롭게 도로 위를 질주할 뿐이다. 가속 반응이 더디거나 변속 패턴이 느려 답답한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분명히 빠르고 언제든지 원하는 가속감을 보여주면서도 탑승자에게는 최적의 쾌적한 감각만 전달한다. 그래서 시야만 높을 뿐 마치 벤츠 세단을 몰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댐핑조절 시스템을 적용한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 반응도 마찬가지다. 먼저 서스펜션의 경우 안락한 승차감에 초점을 맞췄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예민한 감각을 내세우기보다는 정직하게 도로의 굴곡에 따르는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은 기본 세팅값이 가볍다. 스포츠 주행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반대로 도심 속 운전이나 주차 시에는 편할 듯하다. 여러모로 민첩하게 도로를 질주하기 보다는 장거리 크루징에 최적화된 차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전동화 파워트레인 세팅 능력은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최적의 성능과 효율을 낸다. 차분하게 속도를 높일 때는 배터리의 힘을 빌리고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다음에는 엔진이 안정적으로 도와주며 차를 이끈다. 급하게 스로틀을 여는 순간에는 전기모터의 강한 토크가 더해져 속 시원한 가속을 보여준다. 모든 과정은 탑승자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만족은 더 커진다.
세분화 되어있는 주행 모드는 차의 성격을 명확히 알 수 있다. GLE 350e 쿠페에는 컴포트와 에코, 오프로드 외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용 모드인 배터리 레벨과 전기 구동 모드가 있다. 배터리 레벨은 전기 절약 모드와 같이 작동하며 전기 모터만을 사용하는 주행 환경에 대비해 전기 모드의 사용을 제한하고 가솔린 엔진만으로 주행한다.
또 배터리 충전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킨다. 반면 전기 모드는 전기 주행 퍼포먼스를 극대화 해준다.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만으로 주행하며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아 전기 모터가 제공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이 요구될 때만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다.
배터리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전기 모드로 도심을 주행하니 가능거리는 최장 90㎞까지 늘어나는 상황이 연출됐다. 충전 여건만 가능하다면 주중에는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고 전기차처럼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PHEV의 장점을 고스란히 경험하는 순간이며 커다란 GLE 350e 쿠페가 한 없이 기특해 보였다.
에너지 회생 수준은 스티어링 휠의 패들 쉬프트를 통해서 D 오토, D+, D, D-, D- - 등 다섯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방법이 복잡하고 편차도 큰 편이어서 자주 사용하지는 않을 듯하다. 아쉬움은 능동형 회생제동으로 보상받는다. 현재 주행 속도와 앞 차 거리를 파악해 차가 알아서 회생제동을 걸어주는 방식인데 과정이 무척 자연스럽다. 이질감이 없으며 회생제동을 하는 과정 속에서 배터리 충전도 빠르기 때문에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안전 품목은 차고 넘친다. 먼저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가 기본이다. 특히 액티브 속도 제한 어시스트와 맵 데이터 기반으로 곡선 구간, 톨게이트, 원형 교차로 등을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경로 기반 속도 조절이 추가돼 안전성이 높아졌다.
또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자동 속도 조절, 제동 및 출발을 지원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은 기존 30초였던 재출발 시간이 최대 60초까지 연장됐다. 이 외에 액티브 스티어링 어시스트, 하차 경고 어시스트 등이 포함됐다.
▲총평
GLE 350e 쿠페는 대형 SUV에서 오는 크기와 유려한 디자인만 강점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상품성과 함께 지능화된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뒷받침 됐을 때 비로소 완전체에 이른다. 조금만 주행을 해보면 바로 알 수 있으며 운전을 하면 할수록 깊고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전동화 전환에 진심인 벤츠의 마음가짐도 엿볼 수 있다. GLE 350e 쿠페는 멋과 기능을 동시에 잡은 가장 이상적인 벤츠 SUV가 틀림없다. GLE 350 e 쿠페의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1억1,76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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