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6000그루 심고 세종대왕상 주변에 '한글 분수'.. 광장 2.1배 커져

민정혜 기자 2022. 7. 1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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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6일 재개장을 앞두고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광화문광장은 기존보다 녹지가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거듭난다. 뉴시스

■ 10문 10답 - 내달 6일 개장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착공 21개월만에 개방

815억 투입 ‘모두의 공간’으로

개장식 이후엔 8·15 광복절행사

폭 1.7배 확대·녹지 3.3배 늘어

이순신 장군상 양측엔 ‘승전비’

명량분수·샘물탁자도 새로 조성

부지내 발굴문화재 그대로 전시

월대·해치상은 내년말까지 복원

불법집회·무단 사용 제한 ‘과제’

광화문광장이 오는 8월 6일 재개장한다. 광장 총면적이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녹지도 3배 이상 증가해 도심 속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새로 조성된 수경시설은 광장을 즐기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물줄기가 자·모음을 그려 내는 ‘한글 분수’는 세종대왕의 민본정신을 되살리고, 물줄기가 만든 터널을 오가며 뛰놀 수 있는 ‘터널 분수’는 아이들의 물놀이터가 된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이후 방치됐던 월대(月臺) 복원은 역사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한국 수도인 서울의 심장부로 여겨지는 광화문광장은 지난 2009년 처음 조성된 후 한국 정치·역사의 장(場)으로 자리했다. 갖가지 사회 문제를 알리고자 찾는 장소이자, 시민이 모여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굵직한 국가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시민들이 휴식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그 활용 범위를 넓힌다. 그야말로 ‘모두의 공간’이 다시 문을 여는 셈이다.

1 광화문광장 재개장 시점은

광화문광장이 새 단장을 마치고 8월 6일 개장한다. 지난 2020년 11월 착공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서울시는 이날 1000여 명이 참여하는 개장식을 열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사를 통해 ‘오세훈표’ 광화문광장의 시작을 알린다. 이날 행사에서는 세종문화회관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를 통해 미디어아트 쇼 등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8월 15일에는 8·15 광복절 행사도 예정돼 있다. 대통령실이 직접 보훈문화 확산을 주제로 광복절 연계 프로그램을 준비·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 ‘오세훈표’ 광화문광장의 특징은

광화문광장의 총면적이 기존보다 2.1배, 광장 폭은 1.7배, 녹지는 3.3배 각각 늘었다. 광장 동쪽 미국 대사관 앞 도로는 편도 5차로에서 양방향 7∼9차로로 확장해 지난해 3월 개통했고, 지난해 6월부터는 서쪽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를 걷어 내 광장을 넓히는 작업을 진행했다. 양방향 총 3개 차로를 없애 보행로를 넓힌 광장의 총면적은 4만300㎡로 기존(1만8840㎡)보다 2.1배 넓다. 광장 폭도 35m에서 60m로 약 1.7배 확대된다. 전체 면적의 약 4분의 1(9367㎡)은 50종의 나무 6000그루와 초화류 10만본이 심어진 녹지로 꾸며진다. 녹지가 기존(2830㎡)의 3.3배로 늘어난 것이다. 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나무 그늘에서 쉴 수 있도록 의자 등도 곳곳에 설치한다.

오 시장은 지난해 6월 ‘광화문광장 보완·발전계획’에서 △역사성 강화 △역사·문화 이야기 강화 △광장 주변과의 연계 활성화에 방점을 둔다고 발표했다. 실제 KT 건물은 리모델링을 진행해 지상 1층을 광장과 연계한 공공라운지로 조성 중이다. 지하 1층엔 식당·카페 등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세종이야기’도 지하로 연결된다. 세종문화회관은 저층부를 개선해 광장과 연결한다.

3 새로운 시설은

역사·문화 이야기가 더해진 수경시설이 조성된다. 세종대왕의 민본정신과 한글 창제의 원리를 담은 ‘한글 분수’가 만들어진다. 물줄기가 ‘ㄱ’ ‘ㄴ’ 등 한글 창제 당시의 자·모음 총 28개를 그려 낸다. 이순신 장군상 양측에는 12척 전함 등을 상징하는 승전비가 각각 12개, 23개가 세워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긴다. 명량 분수도 설치된다. 테이블 상판에 얕은 물이 담겨 주변 나무들이 비치는 ‘샘물 탁자’, 물줄기가 만든 터널을 오가며 뛰놀 수 있는 ‘터널 분수’도 생긴다.

해치마당에 있던 계단은 시민들이 보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광화문계단으로 재편한다. 광화문광장 부지 내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문화재 중 사헌부 터는 문지(문이 있던 자리), 우물, 배수로 등 유구(遺構) 일부를 발굴된 모습 그대로 노출 전시해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발굴된 배수로는 ‘역사 물길’로 만들어 분수, 포장 패턴 등으로 흔적을 잇고 수로 바닥에 조선시대∼일제강점기∼근현대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을 음각으로 새겨 물길을 따라 걸으며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의 새로운 역사적 기록도 추가한다.

사헌부 터와 함께 발굴된 조선시대 관청 터, 민가 터, 담장, 배수로 등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다시 흙으로 덮어 보존하기로 했다.

4 월대와 해치상 복원은 언제쯤

광장의 역사성 회복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광화문광장 북쪽 월대와 해치상 복원은 문화재청과 협업해 오는 2023년 12월까지 복원할 계획이다.

월대는 궁궐이나 건물 앞에 놓인 넓은 기단(基壇)으로 각종 의식 등이 있을 때 왕이 백성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서울시는 길이 50m, 폭 30m로 추정되는 월대를 복원하기 위해 광화문 앞 율곡로 직선 구간을 월대를 감싼 유선형 구조로 바꾸고 있다. 경복궁 앞 월대는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이후 복원되지 않고 있다. 월대 복원 요구는 2008년 광화문 복원 공사 때부터 나왔지만, 차량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현재 광화문 앞에 있는 해치상은 복원된 월대 끝 양옆에 세워질 예정이다.

5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은 광화문광장 제자리에 그대로 남는다. 이전 논란은 지난 2019년 광화문광장 새 단장 국제설계공모 당시 이순신 장군상은 옛 삼군부 터인 정부서울청사 앞으로, 세종대왕상은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이전하는 작품이 당선되며 불거졌다. 논란이 발생하자 당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시민 의견을 존중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이순신 장군상은 박정희 정부가 이순신 장군을 국가를 위해 힘쓴 대표적인 인물로 꼽으면서 광화문 앞길에 세웠다. 1968년 제막식을 통해 공개된 이순신 장군상은 현재까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종대왕상은 2009년 광화문광장이 조성될 당시 덕수궁 중화전 옆에 있는 세종대왕상을 이전 설치하려다 세종대왕상이 이순신 장군상보다 작다는 등 반대 의견이 많아 새롭게 제작돼 설치됐다.

6 남은 공정과 완공은 언제

광화문광장의 공정률은 지난달 말 기준 90.6%다. 현재 바닥 판석 포장 마감 공사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으로 공사는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애초 지난 4월 개장을 목표로 진행됐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맞물려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올해 7월로 개장 시기를 늦췄다. 이후 화물연대 파업으로 건축 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장마까지 겹치면서 개장이 또다시 연기됐다.

7 광화문광장 보완·발전계획 배경

지난해 보궐선거로 취임한 오 시장이 이미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광화문광장 사업을 멈출 수 없다며 보완·발전계획을 수립했다. 광화문광장은 2009년 오 시장 때 세종대로 한가운데 중앙광장 형태의 모습으로 조성됐는데, 박 전 시장이 2017년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으로 발표한 데 이어, 박 전 시장도 2018년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걸면서 본격화됐다. 행정안전부의 제동, 시민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거센 비판 여론 등으로 박 전 시장은 2019년 9월 계획 추진을 일단 중단했지만, 약 1년 만인 2020년 9월 수정된 계획을 발표하며 밀어붙였다. 이후 박 전 시장이 사망했지만 서울시는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며 같은 해 11월 첫 삽을 떴고, 지난해 오 시장이 취임하면서 지금의 모습대로 기존 계획을 보완·발전시켰다.

8 총 사업비는

광화문광장에 들어간 총 사업비는 약 815억 원이다. 시민광장 조성에 610억 원, 역사광장에 205억 원의 사업비가 각각 투입됐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시절인 2020년 11월 착공 당시 예산은 791억 원이었다. 오 시장은 취임 후 기존 예산 범위 내에서 보완 작업을 주문, 설계 수정 작업을 거쳐 공기가 연장되며 기존보다 다소 늘어난 800억 원대의 사업비가 들었다.

9 광화문광장 남은 과제

서울시는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일상 속 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불법 집회·시위의 현장 대응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담은 광화문광장 종합운영계획을 수립 중이다. 문화행사를 한다고 광장 사용 허가를 받은 뒤 집회·시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무단으로 천막 등을 설치하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문화행사는 위원회나 자문회의를 거쳐 사용 허가를 결정하고, 사후적으로 허가된 내용 이외의 행위를 했을 때는 즉각적인 허가 취소, 광장 사용 제한 등의 수단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시민의 건전한 여가생활과 문화활동 등을 위한 행사를 열 수 있다. 시는 광화문광장 가운데 이 같은 행사를 열 수 있는 구체적인 구역을 특정하고 행사를 위한 시설설치 기준, 소음 기준 등을 정할 계획이다.

10 광화문광장의 역사적 의미

광화문광장은 한국의 수도인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상징성이 더해지며 정치·사회적 역사의 장이 됐다. 2002년 제17회 한·일 월드컵 때는 시민들이 빨간 옷을 입고 광장에 모여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을 응원하며 새로운 응원 문화를 만들어 냈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광우병 촛불시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시위도 광화문광장이 주무대가 됐다.

민정혜·곽선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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