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융권 벌벌 떨게 한 이복현, 금감원 향한 '칼' 꺼낸다

강유빈 2022. 7.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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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이라는 임명 당시 논란을 뒤로하고 연착륙에 성공했다.

최근 사퇴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불법투자 의혹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다"고 밝히고, 11일 상호금융업계의 횡령 사고를 거론하며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준법환경 조성'을 위한 분위기도 다잡아 가고 있다.

이 원장은 상호금융권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금감원 감독과 운영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장과 잘 상의해 (인사나 조직) 방향성에 대해 지침을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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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저승사자', 안에선 '소통왕'
내부 임직원 연이은 비위행위 적발에
임원 인사 필두로 기강해이 다잡을 듯
이복현 금용감독원장이 8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금감원장-저축은행 대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파격적’이라는 임명 당시 논란을 뒤로하고 연착륙에 성공했다. 한 달여 동안 광폭 행보를 펼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금융권은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바짝 긴장한다. 이제는 내부 기강을 잡고 “금융감독원의 당면과제”를 본격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얘기다.


"은행 지나친 이익추구"...금융권에 ‘저승사자’로

이 원장은 지난달 7일 임명됐다. 금융위원회의 임명 제청은 형식일 뿐 ‘윤석열 사단 막내’로 통하는 그를 윤 대통령이 낙점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검사 출신 법조인이 금감원장에 임명된 것은 1999년 금감원 출범 이래 처음이었기에 ‘파격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증권ㆍ금융범죄의 감독 강화’로 해석됐다. 실제 대통령실은 “금융 준법환경을 조성하고 금감원의 당면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취임 이후 이 원장은 보폭을 크게 넓혔다. 지난달 20일부터 은행과 금융투자업계, 보험사, 여신전문금융, 저축은행, 상호금융 최고경영자(CEO)들과 차례로 만났다. 눈길을 끈 건 메시지다. 은행장들에게 “금리 상승기에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진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 대표적이다.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 이력으로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칭을 가진 이 원장의 발언은 곧 ‘이자 장사’에 대한 경고장이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줄줄이 낮췄다. ‘관치금융’ 논란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이후에도 이 원장은 업권마다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강화 등을 강조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 사퇴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불법투자 의혹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다”고 밝히고, 11일 상호금융업계의 횡령 사고를 거론하며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준법환경 조성’을 위한 분위기도 다잡아 가고 있다.


잇단 내부 비위행위 적발, 기강 잡기 나설 듯

내부적으론 ‘허니문 기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딱딱하고 권위적인 검사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드러운 리더십과 수평적 소통에 방점이 찍힌다. 금요일 ‘캐주얼데이’엔 티셔츠와 면바지 차림으로 전 부서를 돌며 직원들을 만나기도 했다. 젊은 직원들과 '번개 식사' 자리도 자주 갖는다고 한다. 내부에선 대체적으로 “소탈하고 친근하다”,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호의적 반응이다.

그럼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이 원장이 곧 조직 운영에도 칼을 뽑아들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간부급 비위행위는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A국장은 해당 사실을 숨긴 채 정기인사에서 가계 신용 등을 담당하는 주요 부서 책임자로 승진했다. A국장 외에도 비위행위가 적발돼 대기발령을 받은 직원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감원 내 기강해이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복현의 금감원’이 곧 인사 등을 통해 구체적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그간 금융위원장 공백 사태를 감안해 내부 인사나 개편 방향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렸지만,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원장은 상호금융권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금감원 감독과 운영 권한을 가진 금융위원장과 잘 상의해 (인사나 조직) 방향성에 대해 지침을 받겠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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