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반도체학과 지원은 강화하는데..'반도체 특성화고'는 고작 2개
12일 구인구직 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광학 분야의 모집공고 중 고등학교 졸업은 567건, 전문대 졸업 618건, 4년제 대학 졸업 645건, 석사 졸업 36건, 박사 졸업 3건으로 집계됐다. 중복 집계를 감안하더라도 전체 1869건의 공고 중 고등학교 졸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2021년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학력별 부족인원은 고교 졸업생이 894명으로 전체 1621명 가운데 55%를 차지했다. 다음은 대졸 362명, 전문대졸 316명, 대학원졸 49명 순이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장치, 기계조작·조립 근로자'의 부족(1345명)이 전체 부족 인원 83%에 육박했다. '관리직 및 전문가'와 '기능원'은 15%, 2%에 그쳤다. 고교 졸업 인력 충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현장의 애로사항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삼는 차세대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지능형로봇 등 주요 기기의 부품이 되는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도 고교 졸업 인력의 부족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차세대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고교 졸업 인력은 2029년에 1만4628명 정도가 필요한데 이는 2019년(1만1385명)보다 3243명 많다.
이와 같은 인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직업계고 역할이 중요하지만 전국 특성화고등학교 중 반도체 특화 학교는 충북반도체고와 한국나노마이스터고 뿐이다.
많은 인력 수요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따라주지 않은 탓에 충북반도체고의 취업률은 96.4%에 달했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한국나노마이스터고 역시 지난해 11월에만 졸업생의 70%가 취업을 확정했다.
두 학교의 성공 요인은 산업 현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해당 분야 인력을 집중 육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충북반도체고의 높은 취업률 배경은 관련 기업들의 지원이 주요하다.
충북반도체고등학교는 반도체 공정 과정 중 포토, 에칭 분야에 SK하이닉스 퇴직자를 채용했다. 확산, 박막, 조립, 검사 분야에는 초기 2년간 SK하이닉스 엔지니어가 주 2회 파견돼 학생과 교사에게 기술을 전수한다.
방학 기간 동안 교사들이 SK하이닉스 팹에서 교육을 받고, 교사가 직접 기업에 파견돼 4개월 동안 반도체 6대 공정을 순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신입생들은 3박4일 동안 SK하이닉스에서 현장 엔지니어의 지도 하에 체험학습도 한다.
경상남도 밀양에 위치한 한국나노마이스터고는 2019년 마이스터고로 전환 개교하며 정부로부터 300억원 이상을 투자받아 8인치 반도체 전 공정을 학습할 수 있는 팹을 지었다. 졸업 후에는 반도체 장비 또는 설비 기업에 취업하게 되는데 기업들의 인력 수요가 졸업생 수를 뛰어넘는다.
현재는 소수에 그친 성공 사례를 늘리기 위해선 반도체 특성화고 인재 양성을 위한 제도적,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학교 측은 퇴직 우수 인력 채용과 현직 전문가 초청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길 바라고 있다. 반도체 기업에서 퇴직한 전문 인력을 교사로 채용하고 싶어도 연령 제한 등의 규제가 있어 산학겸임교사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직업계 고등학교의 학과 개편 심사 절차를 간소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업계고등학교가 산업 흐름에 따라 학과를 재구조화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과 개편 심사 통과 후 2년은 지나야 신입생 모집 등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적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직업계고 재구조화 지원을 통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수요에 발맞춘 기초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직업계고를 적극 지원해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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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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