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빅스텝' 임박.."고물가에 만장일치 예상"

고은빛 2022. 7. 12. 08: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물가 6% 진입..외환위기 이후 최고
"만장일치 빅스텝 전망..美 자이언트 스텝도 고려할 듯"
"8월 빅스텝 가능성도 거론될 수 있어"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사상 최초로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은 가운데 7월엔 공공요금 인상으로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99%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64%는 한은이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예상대로 빅스텝을 밟는다면 처음으로 연속 3차례 인상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기준금리는 4월, 5월에도 각각 0.25%포인트 인상된 바 있다.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에 나서는 배경으로는 물가가 꼽힌다. 6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추가로 전기 및 가스요금도 인상돼, 다음 달 물가상승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앞으로의 1년 물가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도 3.9%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5월(3.3%)보다 대폭 확대된 수준으로, 한 달 만에 0.6%포인트가 뛴 것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 상승을 이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물가간 상호작용이 강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추가로 미국도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은이 빅스텝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인데, 한은이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릴 경우 미국이 빅스텝만 밟더라도 금리가 역전된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해외에서도 한은이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기존에 7·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릴 것이라는 예측에서 7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모건스탠리는 "5월 금통위 이후 물가 상방 압력과 성장 둔화 우려가 모두 커졌지만, 한은은 다가오는 회의에서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지배적 위험으로 볼 것"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이전의 4.8%에서 5.1%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에서도 빅스텝 단행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가 0.50% 인상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6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3.9%로 급등한 가운데 6월 물가상승률도 6%를 기록하고,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돼 빅스텝 금리인상의 재료는 모두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엔 금통위 결과보다 통화정책방향과 기자회견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간담회에선 이 총재가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상을 기점으로 긴축 사이클의 후반부에 접어들 것인지, 아직도 꾸준한 인상이 필요한지 여부와 경기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커졌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한은의 정책 환수 시그널은 4분기 중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을 견딜 수 있는 경기 체력이 될 때 통화정책을 신속하고 강하게 시행함으로써 인플레이션도 잡고, 경기 희생도 줄이는 게 가장 효율적인 길"이라며 "8월도 빅스텝 가능성이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