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경고에 5대은행 금리 줄인하..실효성 '글쎄'

금융당국 경고에..주담대 상단 5%대 '도미노' 인하
KB도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한시적 금리 인하 연장
금리인하 행렬에도.."혜택은 극소수, 소비자 체감 미비"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이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말라’는 경고에 대출금리 인하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KB국민은행도 인하 행렬에 뒤늦게 합류했다. 이로써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이 대출상품 금리를 모두 낮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금리 인하 효과는 미미한데, 은행들이 생색만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정치권과 금융당국으로부터 ‘이자 장사’를 한다는 경고에 직면하자 대출금리 인하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은행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KB까지…5대 은행 모두 대출금리 인하

KB국민은행은 금리 인상기에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일부 대출에 대한 금리를 한시적으로 내린다고 11일 밝혔다.

우선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시행한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한시적 금리 인하(주담대 최대 0.45%포인트, 전세자금대출 최대 0.55%포인트)를 별도 안내 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주담대 혼합금리형 신규 고객에게는 우대금리 연 0.2%포인트(P)를 일괄 적용한다.

여기에 더해 청년 및 신혼부부를 비롯한 서민의 주거 비용 경감을 위해 올해 말까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대한 보증료를 지원한다. 대상 고객은 국민은행 전세자금대출 신규 신청 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고객이다. 대상 목적물은 서울·수도권의 경우 임차보증금 3억 원, 지방은 2억 원 이하의 주택이다. 보증료 지원은 최대 2년 간 이뤄진다.

또한 저소득 근로자 및 영세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서민금융지원 4종의 대출 상품의 신규 금리는 연 1%P 인하하기로 했다.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도 실시한다. 주택 관련 대출(전세자금대출 및 주담대출) 신청 시 장애인 고객에게만 적용됐던 우대금리 대상을 사회적 취약 계층으로 확대하고 우대금리 폭도 0.1%P에서 0.3%P로 인상한다.

이밖에 코로나19 피해 기업 대상 선제적 장기 분할 전환 지원 및 개인사업자 고금리 대출 기한 연장 시 우대금리 최고 2%P 제공 등 소상공인 지원 방안도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5대 시중은행이 대출상품 금리 인하 행보에 모두 동참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 경고 메시지에 가장 먼저 대응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를 초과하는 고객의 금리를 1년간 연 5%로 일괄 감면했다. 이를 초과하는 이자는 신한은행이 부담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우대금리 확대를 통해 한때 연 7%를 넘어섰던 고정형 주담대 최고 금리를 연 5%대로 1%P 넘게 하향 조정했다. 하나은행은 연 7% 이상 고금리로 대출받은 개인사업자의 만기 도래 시 연 7%를 초과하는 금리에 대해 최대 1%P까지 깎아주기로 했다. 농협은행도 금리 상한 주담대의 가산금리를 최대 0.2%P 내렸다.

“생색내기용 지원으로 고객 묶어 놓기” 지적도

이 같은 은행들의 행보는 최근 금융당국 수장들에 이어 정치권도 잇달아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지적하며 사실상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0일 주요 시중 은행장과의 첫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권을 정면 겨냥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11일 취임식 직후 금융위원회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객이 어려운데 은행이나 금융회사는 돈을 많이 번다. 이게 상식적으로 맞는지에 대한 질문은 할 수 있다”며 “이러한(이자 장사) 이슈는 우리 사회가 갖는 상식적 질문과 답변의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출금리 인하가 생색내기에 그치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데는 큰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들이 금리 최상단을 낮춰 준다고 하지만, 실제 적용받는 고객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 “장기간에 걸친 주담대 대출은 이자 수익이 상당 부분 창출되기 때문에 경쟁사에 고객을 뺏기는 것보단 ‘생색내기’용 혜택을 통해 묶어 놓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한은행이 주담대를 이용하는 고객의 금리를 연 5%로 일괄 감면 조정해 1년 간 지원한다는 대책의 경우 이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30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는 신한은행 주담대를 받은 사람의 약 1%로, 은행 부담은 30억 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서 교수는 “금융 소외 계층 대상 대출 금리 인하 상품의 비중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라며 “금리 상승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민은행이 발표한 서민금융지원 대출 금리 1%P 인하는 소비자가 체감하기에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두리 (duri22@edaily.co.kr)